▲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구장산술>의 저자와 연대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고대 중국 수학의 최대 집대성으로 9개장에 걸쳐 총 246개의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서기 263년경 전한 시대의 유휘가 주석을 써서 <구장산술주>가 되었는데, 서문에 의하면 전한 시대에 진대의 유문을 모아서 편집한 것이라 했다. 유휘는 주석에서 무한등비급수개념을 이용하여 원주율의 근사치와 극한 개념을 이용하여 넓이와 부피 등을 계산했다. 또한 그는 검정 막대와 빨간 막대로 양수와 음수를 표하기도 했는데, 동서양을 아울러 위대한 수학자의 한사람으로 꼽히기도 한다.

<구장산술>은 실생활의 문제를 다룬 수학서이다. 첫째 장 ‘방전’은 밭의 넓이를 구하는 평면기하 문제를 다룬다. 둘째 장 ‘속미’는 농산물간의 교환비율, 셋째 장 ‘쇠분’은 비율에 따른 분배 문제와 등차·등비급수 문제, 넷째 장 ‘소광’은 넓이에서 지름과 변의 길이를 구하는 문제를 다룬다. 다섯째 장 ‘상공’은 토목공사에서의 입체 도형 문제, 여섯째 장 ‘균수’에는 진·한 시대의 과세문제, 일곱째 장 ‘영부족’은 분배의 과부족, 여덟째 장 ‘방정’은 연립방정식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 ‘구고’장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구장산술>은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은 물론, 심지어 인도의 수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7·8세기경 신라의 국립대학인 국학에서 ‘산학박사에게 철경, 삼개, 구장, 육장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는데, ‘구장’이 바로 구장산술인 것이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경제 관료인 산사를 선발하는 시험에 <구장산술>이 수험 교재였다. ‘고려사’에는 ‘첫날에는 구장산술의 9장 10조를 접어서 암송시키고, 다음날에는 육장을 접어 그 일부를 암송시키며, 그 다음날에는 여섯 문제를 풀어서 네 문제를 통과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말기 예조판서이며 그 형과 같이 수학자였던 남병길은 자신의 해설을 붙인 <구장술해>를 산술교본으로 발간했다.

중국의 구장산술이 동양 수학에 끼친 영향은 유클리드의 원론이 서양수학에 끼친 영향과 비유되기도 한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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