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눈팔다 깨뜨린 사발 한 조각
베란다 저 너머에 눈 시리게 박혀 있다
쫓겨난 그날 저녁 답 날 빤히 쳐다봤던

 

▲ 김정수 시조시인

초승달이다. 노을 진 하늘가에 깨진 사발 한 조각 같은 초승달이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다.

그릇을 깨트린 벌로 쫓겨났던 시인은 중년이 되었어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머니가 어쩌면 하늘에서 혹은 대문간에서 서성이며 어서 돌아오라고 기다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만히 올려다보면 배꼽마당을 지나 고샅길에서 보던 그 달. 애야, 그래그래, 어서 집으로 돌아가 보렴,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집으로 돌아가렴.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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