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외국어 제목이 점차 증가하는 등 방송의 우리말 홀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위원회 산하 방송언어특별위원회(위원장 고흥숙)가 한글날을 맞아 지상파방송의 프로그램 제목을 조사해 8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KBS 2TV,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3개 채널은 외국어 제목이 전체 프로그램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채널의 외국어 제목 사용비율도 전년도에 비해 4.7% 포인트 늘어났다.

 조사는 지난 9월 셋째주 한 주일의 방송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지난해 9월 첫째주 한 주일간의 프로그램 제목과 비교 조사도 이뤄졌다.

 조사결과, 프로그램 제목이 〈클린 코리아 2003〉, 〈주주클럽〉, 〈논스톱4〉, 〈사이언스 파크〉, 〈라이브러리〉, 〈씨네투어 영화속으로〉, 〈뮤직뱅크〉 등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합해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이밖에도 "No Brain Survival", "Love Best", "디카클럽"(디지털카메라+클럽), "겜파라치"(게임+파파라치) 등과 같이 영문을 그대로 표기하거나 국적불명의 조어를 사용한 제목도 있었다.

 채널별로는 올들어 KBS 2TV의 외국어 제목이 전체 편성 프로그램수 65편 가운데 25편(38.5%)으로 가장 많았고, 전년대비 9.5%포인트 증가해 증가비율도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MBC 34.7%(72편 중 25편), SBS 31%(71편 중 22편), KBS 1TV 24.4%(78편 중 19편), EBS 18.1%(116편 중 21편) 등의 순을 보였다.

 방송언어특별위는 "향후 가을개편 때 외국어 제목 사용을 지양하고 시청자의 바른 언어생활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바르고 고운 우리말 제목을 많이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어특위는 "국제교류 증가 등으로 방송의 외국어 사용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무분별하고 과다하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향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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