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수 전 울산중등수석교사회 1기 회장

조력자(助力者)란, 나에게 자신을 삶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방법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내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 젊은 예술가는 삶이 매우 궁핍했다. 6개월 전에 외상으로 먹은 막걸리 값도 갚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명문대학을 졸업해 남들보다 훨씬 나은 조건이었음을 주변도 알고 있었다. 오랫 고민 끝에 죽기로 결심하고 유명한 사찰로 들어갔다. 이 예술가의 행동이 수상함을 눈치 챈 노스님이 그에게 말했다. “자네가 보기에는 여기 있는 중들이 모두 사기꾼으로 보이제? 사기꾼이 맞다. 그런데 2300여년 동안 그 사기행각이 한 번도 들키지 않았으니 그것도 대단하지 않은가? 자네도 죽을 생각을 하고 여기로 왔으니 사기를 당해도 아깝지 않겠네. 그래 사기를 한번 당해보렴.”

그는 물었다. “그러면 천당으로 갑니까?” “이 사람아! 내가 천당을 가 본적이 없다네. 천당보다 더 좋은 이 세상이 있는데” 그는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사기를 당할까요?” “하루에 삼천배 씩, 열흘간 삼만배를 해보렴” 그는 ‘죽을 마당에 그쯤이야’라고 혼자 생각하며 하루에 삼천배를 하기 시작했다. 엿새 정도까지는 온 몸이 쑤시고 괴로웠다. 이레째 되는 날부터는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열흘간 삼만배를 마치고 노스님에게 갔다. 노스님은 기왕 질 난 김에 나흘간에 이만배를 더하란다. 오만배를 마친 그는 죽을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꾸미며 살았다. 오만배를 할 정도의 고통은 죽기보다는 쉬웠을 것이다.

요즈음 학생들의 삶의 목표는 쉽고 편하게 돈 버는 방법을 생각한다. 그리고 남의 주장에 쉽게 동의하며, 비판력이 없다. 대중(大衆)과 마음을 함께 하지 못하면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지지 않는다. 배려심도 없다. 더불어 선망직업 대물림, 힘든 직업기피, 미래직업 불투명, 역사와 미래사의 불확실성, 이라는 큰 벽에 부닥쳤다. 학생들의 수업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이 나라의 교육이 무너졌다고들 말한다.

교육계에서도 이런 세계에 걸 맞는 학습지도방법의 변화를 시도했다. 근래 새로운 학습지도방법과 평가방법이 대두되고 있다. 학생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는 수요자 중심의 학습이다. 융합교과의 적용과 토론학습, 현장학습과 협동학습 등이다. 평가에는, 지필평가의 범위를 넘어서 수행평가 중 과정평가, 서술평가 등이다.

학습지도방법과 평가방법에는 지금도 많은 모델들이 활용되고 있지만, 수정 보완되어야 할 내용도 많다. 학습에는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는 학습방법이 되어야 하다. 평가에는 객관성과 타당성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선교사들은 자기교과의 단원을 중심으로 기초원리학습부터 지도해야 한다. 학습지도 후에는 평가도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필평가였다. 새로운 학습방법을 일선교사가 계발하고 운영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 연구 계발하고 보급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석교사가 하고 있다. 담임교사는 학급경영의 부담이 있고, 교감 교장은 학교의 관리와 책임의 부담으로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석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구함으로 현장감이 뛰어나고 설득력도 있다.

지금 이 수석교사제도는 후임수석교사를 선발하지 않는다. 일부 관리자들은 옥상옥(屋上屋)의 논리 아래 이 제도에 대한 반대가 많았다. 또한 일부 수석교사들도 자기주장만 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많이 안정된 분위기이다. 이제 옥상옥의 논리도 접어야 할 때가 되었다. 책임의 무게도 나누어가지면 어깨도 가볍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구호 속에는 ‘먼저 앞서 가라’는 말이 아닌 ‘함께 가자’는 목표도 포함되리라. 그 일환으로 학습지도의 변화와 새로운 평가방법을 연구하는 수석교사제도가 외면되지 않았으면 한다. 단위학교의 대표와 책임자는 학교장이다. 따라서 소정의 대접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석교사는 교사와 학생들의 조력자일 뿐이다. 대접(待接) 받으려말고 존경(尊敬)은 받자. 박현수 전 울산중등수석교사회 1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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