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병주 마더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 증상을 호소하는 10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 종합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9~17세 아동·청소년의 5.8%가 스마트폰 과의존(중독) 고위험군으로, 27.9%는 잠재적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1년 전 조사 때는 고위험군은 3.6%, 잠재적 위험군은 26.7%였다. 1년 사이에 전체 위험군 비중이 3.4% 늘어났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학업,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로 이용 시간을 조절하지 못하는 중독 상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독’ 증상이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황병주 마더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조절 못하면 중독
취미활동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빈번
안과질환·수면장애 등 생길 수 있어
아동·영유아기 오감 자극 놀이 필수
음악활동 등 대안 여가활동 유도해야
가족과의 충분한 대화시간도 도움

◇스마트폰 중독에 쉽게 빠져드는 청소년

10대 자녀들의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고민하는 부모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기본적인 대인관계 참여가 어려울 정도로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있으니, 이를 ‘중독’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임중독, 인터넷도박, 사이버폭력 등 스마트폰과 관련한 청소년들의 행동문제는 학습과 실제적 대인관계 형성에 지장을 초래하고, 부모와의 심각한 갈등을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왜 이렇게 스마트폰에 쉽게 중독될까.

황병주 마더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청소년기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서 인터넷에 쉽게 이끌린다. 게다가 청소년의 뇌는 아직 발달 중이고, 특히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미성숙해 중독성 있는 물질이나 행위에 쉽게 빠져든다. 또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와 다름이 없고, 검색, 게임, 채팅 등 매우 다양한 재밋거리들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즉각 즐길 수 있어서 어른들도 쉽게 중단할 수 없을 만큼 중독성이 있는 매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학습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학생들이 밤낮으로 공부를 해야 하니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 오프라인 여가활동을 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학원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온 자녀가 휴식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이 게임, 스마트폰 등으로 제한되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중독’을 걱정해야 할까. 황 전문의는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사용하고, 인터넷 사용으로 인해 해야 할 일을 못 하며, 주로 인터넷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교제하려 하고, 인터넷 사용 때문에 가족들과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노출은 최대한 늦게 시작해야

스마트폰 중독은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주지만, 다양한 신체적 질환을 야기하기도 한다.

황 전문의는 “스마트폰 과다사용이 지속되면 좋지 않은 자세로 화면을 보는 습관 때문에 거북목 같은 척추질환이 오기 쉽고, 안구건조증, 시력감퇴 등 안과적 질환을 불러일으킨다. 밤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해서 불면 등 수면패턴의 변화가 올 수 있고, 불규칙적 식사, 활동량 감소로 인해 비만이 되기 쉽다. 성인물에 중독돼 성범죄를 일으키는 등 충동조절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채팅방 등에서 따돌림, 집단 언어폭력 등을 반복적으로 당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려면 너무 일찍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하게 하려고 유튜브 영상에 아이의 시선을 고정시켜 놓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부모가 편하기 위해 영유아를 스마트폰에 맡기는 것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황 전문의는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려면 어릴 때 오감이 모두 자극돼야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하게 된다. 한 번에 15분, 하루에 1시간 이내로 사용하도록 부모의 사용량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무조건 혼내고 금지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대신 할 수 있는 대안적인 여가활동으로 유도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이나 음악활동, 보드게임, 가족과의 여행 등 인터넷 게임보다 더 즐거운 활동이 있다면 아이들은 그것을 먼저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들 또한 집에서 TV나 휴대폰 대신에 신문이나 책 읽는 등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황 전문의는 “무엇보다 평소 자녀가 부모를 믿고 따라주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대개 맞벌이 가정의 외동 자녀가 게임중독에 빠지기 쉽다. 부모가 바쁘고, 소통할 수 있는 형제나 또래가 없으면 아이는 심심함을 느끼고, 게임이나 스마트폰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가정내 대화를 시간을 통해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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