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 선포행사에 구경왔던 한 사진작가가 남산에서 태화강 전경을 찍으려다가 태화루 뒤 건물에 부착된 대형 불법현수막 때문에 난감했다고 한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태화강의 아름다움을 널리 자랑하려고 많은 예산을 들여 정원을 꾸미고 선포행사까지 마련하면서 정작 그 이름에 걸맞은 도시의 미관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한 단면이다. 백리나 되는 태화강이지만 몇 미터 되지 않는 불법 현수막 하나가 태화강국가정원의 관광자원화를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불법 현수막이 부쩍 많아졌다. 5개 구군이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예산을 이미 전부 소진해버려 연말까지는 단속도 어렵다고 한다. 5개 구군의 수거보상제 예산은 3억8600만원이다. 올 9월까지 4200만건 정비했다. 불법광고물을 설치해주고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것을 수거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 이상한 구조다. 구군청이 단속의 책임에서 벗어나 예산타령만 하고 있는 사이 역설적이게도 불법광고물 수거보상제가 오히려 불법광고물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내 현수막은 도시미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현수막은 항상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더욱 도도라져 보이면서 도시미관을 해친다. 불법 현수막을 도시내 어디에도 아예 내걸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하지 않고는 근절될 수 없다. 현수막 수거를 보상해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미관을 훼손하기는 지정게시대에 걸려 있는 현수막도 마찬가지다. 남녀노소가 모두가 볼 수 밖에 없는 눈에 띄는 장소에 예산을 들여 게시대를 버젓이 설치해놓고 지극히 상업적인 광고를, 때론 눈살이 찌푸려지는 내용을 담은 광고물을 게시하도록 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정원시대에 걸맞은 도시를 만들려면 불법 현수막 단속에 앞서 미적 감각이라곤 없는 지정게시대부터 없애야 한다. 상업광고는 합법적인 매체를 이용하도록 하고, 시민들에게 유익한 문화행사의 경우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배너를 만들어 태화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 설치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울산은 관광산업의 큰 발을 내디딘만큼 ‘가든시티(Garden City)’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가든시티’로서의 새로운 도약은 우리 하기에 달렸다. 도심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은 물론이고 도로 곳곳에 불쑥불쑥 자라고 있는 풀, 골목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내버려두면서 태화강 둔치에 아기자기 조형물을 세우고 알록달록 꽃으로 장식한다고 해서 가든시티가 되지는 않는다.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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