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명 사망, 2천여명 부상…실업난·정부부패 규탄

▲ 25일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벌어진 민생고 시위[AFP=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이라크에서 3주 만에 재개된 민생고 시위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간 기구인 이라크인권 관측소는 25일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해 이라크 남부를 중심으로 야간까지 벌어진 시위에서 참여한 시민이 최소 40명 숨지고 2천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유전지대인 남부 바스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군경이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 바스라, 무타사나, 와싯, 바벨, 디카르 등 남부 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무기한 통행금지령도 발효됐다.

    시위대는 관공서와 정치인 사무실을 습격하기도 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오전에는 평화롭게 시위가 진행되다가 외교 공관과 정부 청사가 있는 그린존 단지에 시위대가 접근하자 군경이 이를 막으면서 결국 충돌했다.

    시위는 실업난과 수도·전기 등 기초 공공서비스 부족을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젊은 층을 주축으로 일어났다.

    앞서 이달 1일 시작돼 일주일간 계속된 시위에서는 시민 149명이 숨지고 6천여명이 부상했다.

    시위는 정부의 개혁 정책 발표로 잦아들었지만, 실질적인 후속 조처를 단행하지 않았다는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다시 시작됐다.

    이라크 정부 산하의 진상조사 위원회가 이달 초 시위를 진압하면서 군경이 저격수를 배치해 조준 사격하는 등 과도하게 공권력을 집행했다고 지적했음에도 군경의 물리적 진압이 이날 재현됐다.

    최근 이라크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라크는 석유가 많은 나라 중 하나지만 우리는 일자리가 없다. 정부는 부패했다"라는 취지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위에 참여한 16세 소년은 로이터통신에 "우리가 원하는 건 4가지뿐이다. 일자리, 수도, 전기, 안전이다"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일 만큼 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라크 국민 4천만명 가운데 60%가 하루 6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한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라크의 정치 세력이 서민의 민생고 해결보다 미국, 이란 사이에서 자신의 이득에 따라 정쟁에만 몰두하는 데다 부패로 국부가 제대로 쓰이지 않는 현실에 분노해 시위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란에 우호적이지 않은 일부 서방언론은 이란의 이라크 개입을 더는 참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라면서 진압 군경 가운데 친이란 무장세력이 섞여 있다고 보도했다.
 

25일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벌어진 민생고 시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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