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지난 10월9일은 573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국립국어원에서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일본어투 용어 5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일본어투 용어는 버리고 권장 표현을 일상생활에 사용하자는 내용이었다.

50개 용어 중 일본식 한자어를 받아들인 용어를 옮겨보면, 망년회(송년회), 구좌(계좌), 익일(다음 날), 고수부지(둔치), 고참(선임), 수취인(받는이), 대절(전세) 등이 있고, 일본어 음차어 중에서는, 분빠이하다(각자 내기하다), 나가리(무산), 쿠사리(핀잔), 아나고(붕장어), 쓰키다시(곁들이 찬), 사시미(생선회), 지리(맑은 탕) 등이다. 음차어는 일본어 음을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관심만 있으면 일본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일본 한자어는 중국에서 생산한 한자로 착각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둔감할 수 있으나 일제 잔재를 없애는 행동에는 과감해야 한다.

특히, 일상생활의 필수인 교통수단에 관련된 용어 중 일본어투와 관련된 어휘가 많다. ‘오라이’ ‘만땅’ ‘핸들’ 등이다. ‘오라이’는 ’올라잇(alright)’의 일본식 발음이다. 주유소에서 흔히 듣는 ‘만땅’은 기름을 가득 채우라는 의미인데 만(滿)과 탱크(tank)를 합성시킨 일본식 표현인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다. 한글로 ‘운전대’는 평소 핸들(handle)이라고 하고 있는데, 일본어투는 ‘한도루’이고 영어는 스티어링 휠(steering wheel)이다.

이외에도 일본 문화가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잔재하고 있다. 우리 아동들의 고무줄놀이에도 일본 전래동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홍양자는 <전래동요를 찾아서>에서 일본 전래동요가 우리 전래동요로 둔갑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 전래동요로 알고 있는 동요 중에서 일본 와라베우타(전래동요)의 영향을 받는 동요를 적시하면, 선율, 가사 내용, 놀이방법이 모두 같은 것이 ‘묵, 찌, 빠’ ‘숨바꼭질할 사람’ 등이고, 선율은 유사하고 가사 내용과 놀이방법이 같은 경우 ‘숨바꼭질’, ‘쎗쎗쎗 아침 바람’ 등이다. 놀이방법만 같은 경우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등이다. 우리 일상생활에 미치는 일제문화의 영향력은 문화, 교육, 과학, 예술 등 다방면에 아직 미치고 있다. 우리가 척결해야 할 역사적 숙명이며 과제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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