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동아시아의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을 얻었던 울산이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도 흔들리고 시 예산도 급속도로 위축돼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성장이 멈춘 도시’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울산의 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선심성 사업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기업을 살리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또 시장부터 나서서 울산의 문제점을 새로 진단해야 한다. 특히 공약이라는 이유로 새로 시작하려는 검증되지 않은 사업들은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울산시는 내년에 또 6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 2018년 600억원, 2019년 7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17년 채무제로를 달성한 지 3년만에 울산시의 부채가 19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혹자는 아직 지방채 발생 여력이 있다고 말하지만 한번 발행된 지방채는 더 늘어난다는 것이 상식이다.

울산의 재정이 흔들리는 것은 경기부진으로 지방세는 줄어든 반면 정부의 복지예산 확대에 따른 재정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울산 주력산업의 침체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글로벌 조선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다 지방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개발은 아예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그런데 이같은 국내외적인 경기흐름을 도외시하고 복지예산 확대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울산시의 복지예산은 전체의 32~33%에 달한다. 복지예산의 대부분이 국가정책과 맞물려 있어 울산시의 재정운용에도 한계가 있다. 경기침체가 이렇게 깊은 상황에서 매년 복지예산을 늘려 잡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울산시는 세금이 안 걷히자 또 한번 지방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돈 쓸데는 많고 경기침체는 오래가니 고육지책으로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시는 지방채 발행 외에도 여러가지 신규 사업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매칭 사업으로 요청한 교복지원 사업비 25억원, 친환경급식비 30억원, 원어민교사 25억원 등은 아예 반영하지 않거나 일부만 반영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다른 도시와 달리 울산은 ‘부자도시’의 타이틀에서 ‘성장이 멈춘 도시’로 급전직하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기활성화와 함께 선심성 예산과 불필요한 공약사업 등을 추려내는 등 재정안정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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