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기쁨 주는 행복리스트를 보니
사람관계서 비롯되는 공통점 드러나
좋은 감정 함께 나누며 행복한 하루를

▲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최근에 연예인의 안타까운 자살사건이 또 있었다. 통계청이 9월 발표한 2018년 국내 자살률(10만 명당 자살 사망자수)은 24.7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뒤늦게 가입한 리투아니아에 잠시 선두를 내줬다가 다시 1위로 올라섰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의 소득 수준과 행복감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듯하다. 자살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결국 삶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하루에 얼마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가에 대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부분 겨우 3%, 약 42분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낸다고 한다.

누군가 ‘행복리스트’ 만들기를 추천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리스트에 계속 추가해보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단다. 그래서 필자도 해보았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번, 때로는 며칠 만에 쓸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찬찬히 읽어보았다. 행복(happiness)의 본뜻은 행운(good fortune)이라고 한다. 행복했던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행운이었다.

필자가 작성했던 행복리스트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부분 ‘사람 관계’에서 행복이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혼자 명상이나 연구, 취미활동을 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서로 공감하고 나를 인정해주는 이와 함께 있기에 더 행복할 수 있었다. 행복의 반대말은 가난도 질병도 아닌, 고독한 삶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는 결국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오랜 고생 끝에 맛본 행복은 야속하게도 며칠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 것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서은국 심리학 교수) 좋은 사람을 자주 만나고, 멋진 추억을 많이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고마운 표현도 습관이다. 행복리스트를 써보니 고마움이라는 감정은 내면에서 쉽게 전염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타인과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살아온 탓인지 잘 만족하지 못한다. 남이 잘되는 것만 비교하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으로 더 초조해진다. 선조 때 재상 이원익은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志行上方 分福下比)’고 했다. 운동선수가 어렵게 예선을 통과하고도 본선 성적이 좋지 못해 불행하다면,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결과보다 과정이 있음에 기뻐하고, 범사에 고마워할 줄 알아야 더 행복해진다. 우리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태도도 다소 서툴다. 당연한 듯 무심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오히려 제때 표현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진정어린 고마운 표현은 나도 상대방도 행복하게 만든다. 필자도 언젠가 고맙다고 말하리라 생각만 하고 지나친 경우가 더러 있다. 행복은 생각뿐만 아니라 경험한 행동에서도 우러나온다.

시한부 암환자들의 마지막 행동은 대체로 두 가지라고 한다. 끝까지 투병하는 경우와 시한부를 인정하고 남은 생을 정리하는 경우다. 때로 투병에 실패한 이들은 “고맙고, 함께해서 행복했다”라는 쉽고도 소중한 인사말조차 못하고 무심히 떠난다. 이별여행 등을 통해 짧지만 새로운 추억을 서로에게 남기고, “사랑했고, 고맙다”는 말을 충분히 나누며 떠난 이들과는 차이난다. 절망의 순간에서 누가 더 행복했을까.

홀연히 자살자를 떠나보낸 주변 지인들은, 생전에 도와주지 못했음이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는다고 한다. 고마운 표현과 좋은 감정의 경험들을 함께 그리고 자주 나누어 보자.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더 늘려가는 행복한 하루가 되길 기대해본다.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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