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공장 가동률 감소, 폐업, 수출 빨간불 등 암울했던 경기상황 속에서 오랜만에 울산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SK와 대림산업을 비롯해 네덜란드, 사우디, 쿠웨이트 등 국내외 굴지의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이 울산에 화학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5000억원의 대규모 돈보따리를 풀었다. 내수경기 활성화는 기본이고, 투자금과 기술력이 유입되면서 지역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의 체질강화도 덤으로 챙길수 있게 됐다.

이들은 지난 22일 울산 남구 SK어드밴스드 인근 신항만 배후단지에 연간 40만t 생산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공장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으로 2025년까지 약 5조원의 직간접인 생산유발효과와 약 1200명의 고용유발 등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들 업체들이 향후 글로벌 화학산업 시황여건이 좋을 경우, 이번에 5000억원이 투입된 신설 울산 화학공장에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입해 증설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최대 8000억원의 초대형 사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어느때보다 연관산업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SK가스는 그동안 추진하던 프로판·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으로 이어지는 다운스트림 사업을 확보하면서 가스화학사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게 된다.

이번 투자건은 단순히 수익창출이란 궁극적 목적을 가진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울산의 미래 먹거리의 보고가 될 울산신항의 배후단지 활성화와 나아가 신항컨테이너터미널 운영효율향상, 항만수익 창출 등 연관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간 40만t 규모만 놓고 봐도 이 신규 화학공장과 인접한 울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UNCT)에는 연간 4만250TEU의 물량 증대효과가 예상된다. 화물·접안료로 연간 2억원, 1억원 이상의 항만시설사용료 추가 수입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설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그 효력과 기대는 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기업투자가 도시활력으로 이어질 연계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2, 제3의 ‘5000억원 투자 프로젝트’ 가 이어지면 산업수도 울산의 근간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잘만하면 수년째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울산의 제조업발 불황탈출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숨은 공로로 투자환경 개선 등 기업과 소통과 협력에 주력해 온 울산힝만공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항만이 가져다 준 결과물로, 제2의 ‘현대자동차 울산항 6부두 운송·보관’사례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5000억원 투자사업은 글로벌 유수의 화학사들이 울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삼고 돈줄을 푼 것으로 글로벌 이미지 개선 등의 영향으로 ‘소재산업 우위’의 일본과 ‘규모의 경제’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 중견기업, 강소기업들이 기술력 하나로 울산에 본사나, 연구소 등을 건립하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산업의 뿌리와도 같은 이들 기업의 지원책도 대형 프로젝트 유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공식 테이프 커팅으로만 끝낼게 아니라 이번 5000억원 프로젝트와 관련해 중소기업, 강소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세부적으로 모색해 봐야 한다. 산업도시 울산을 살찌우는 큰 부분이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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