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정찬 서부초등학교 교사

그럴 때가 있다. 세상에 버려진 기분, 나 혼자 외딴 섬에 고립된 기분, 모두가 나를 외면하고 있는 기분, 따가운 눈총이 느껴지는 기분, 이 모든 것들을 느끼는 그런 날이 있다.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학생은 한 둘이 아니었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다는 하소연은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행한 감정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신호다.

교사로서 걱정이 한 가지 있다면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이 점점 낮아진다는 것이다. 평소 아이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른 아이들의 관계에서 ‘나’ 스스로를 어디에 위치시키는지, 수업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자기가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지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애석하게도 많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다른 아이들에게 이끌려 ‘나’를 잃어 슬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나를 무시한다.’라는 문장은 자신의 자존감이 매우 낮음을 표현하는 슬픈 말이다. 모든 아이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나 혼자만의 강한 느낌인 경우가 많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항상 다른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급속도로 친밀감을 느껴야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좌절하게 된다. 내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 성의와 호의를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고립되어 그 친구와 각을 세우고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스스로를 방어하게 된다.

한 번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그 아이의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성장과정에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떨어지지 않는다. 차근차근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그 계단이 길수록 거꾸로 올라가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 아이가 어떤 계단을 내려왔는지, 내려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올라가라고 도와준 사람은 있었는지 살펴야한다. 그 과정이 없다면 자존감이 떨어진 학생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선생님들이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들과 고민 상담을 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다시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비계를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학생들에게도 몇 가지에 대해 당부하고자 한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눈치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한 의사 표현을 망설이지 말기를 바란다. 또, 외로움은 인간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다. 이를 자꾸 타인에게 위로받으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을 터득해야한다. 그래야 계단을 다시 올라갈 수 있다. 내 삶을 영원히 도와주거나 책임져줄 타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타인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언제든 올 수 있다. 당연하다. 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고 불안한 상태이다. 항상 잘되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실패를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그러면 소중한 나를 더 잘 위로할 수 있고, 높은 자존감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소정찬 서부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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