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조사의 목적은 재발방지에 있어
위험한 화학물질 화물량 증가에 대비
전문인력·첨단장비로 철저한 예방을

▲ 박현철 울산대교수·산업안전전공 전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지난 9월28일, 울산 염포부두에 정박중이던 노르웨이 선박 스톨트그로엔란드호에서 3번의 폭발음과 함께 버섯모양의 화염이 200여m 높이로 솟구치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그 선박의 폭발원인이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14종 석유화학제품이 2만7117t 저장된 27기 탱크 중 스티렌모노머가 담긴 9번 탱크에서 폭발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고, 점화원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제항해 선박의 경우 화학물질에 대한 분류표시 국제조화시스템(GHS)에 의한 화물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 의한 소방시설현황과 화재안전계획도를 갖춰야 한다. 스티렌모노머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인화성 액체이면서 발암가능성 물질(Group 2B)이며,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4류(인화성액체) 제2석유류(비수용성액체)이고, 환경관계법규상 특정대기유해물질인데다 악취원이다. 이 사고로 구조작업중이던 소방관과 해경 7명을 포함해 총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재앙수준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가 적고 신속한 화재진압으로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스톨트, 소방서, 해경, 중방센터 등이 각자 평소 실시해온 비상대응훈련의 효과로 보인다.

사고조사의 목적은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발방지에 있다. 사고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이 사고도 타 안전사고와 같이 안전관리시스템, 안전장치, 안전수칙, 안전교육 등의 안전벽이 동시에 뚫렸다. 이 4개의 안전벽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RCA, FTA 방법 등을 활용해 근본원인을 조사한다. 둘째, 사고조사는 목소리 큰 외부 압력세력보다 해당 선박의 피재자(被災者), 목격자, 전문가(안전, 공정, 기계, 전기)를 중심으로, 당시 상황의 추정이 아닌 사실들에 근거해 근본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셋째, 대책 수립시 뚫린 안전벽 각각에 대해 파악된 근본원인을 제거, 대체, 기술적 방안 또는 구조적 방안 순으로 우선 시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법규와 절차서는 표준화하고 특성화하되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해야 한다. 넷째, 잔존 위험성이 높거나(1, 2 수준), 심각성이 높은(H 수준 이상) 사고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경우 비상대응시나리오를 준비해 관련 이해관계자 전원이 주기적으로 대응훈련을 실시해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 특히 누출·화재·폭발 발생시 먼저 긴급조치와 함께 MSDS 등을 통해 배출되는 물질, 유해위험성, 화재 진압방법, 행동요령 등을 파악해 필요시 주민 등에게 신속히 안전안내를 해야 한다.

울산은 약 60년전부터 공업화된 기존 산업을 최근 고도화하고 있는 데다 울산항 동북아 에너지허브, 수소경제, 원전해체 산업,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을 포함한 7가지 성장다리를 중심으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추진하면서 점점 유해위험요인이 커져가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는 이번 염포부두 선박 폭발사고를 교훈 삼아, 액체화물 취급량이 대폭 증가할 울산항, 유해위험한 화학물질을 대량 취급하는 국가산단, 가스관, 송유관 등의 도시지하 노후 인프라, 생태계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원전 등의 사고 예방·대비에 전문인력과 첨단장비를 투입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안전, 정량적 위험성평가, 비상대응훈련 등의 선진 공공안전경영을 최우선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울산시민들도 내 안전은 내가 지키고 옆사람 안전도 내가 지켜주는 ‘안전한 울산 만들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할 때다. 박현철 울산대교수·산업안전전공 전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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