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폐질환 유발 소식에

지역 대형 편의점 가맹점

판매·공급 중단조치 나서

나머지도 “보유분만 판매”

간접흡연 불안감도 고조

▲ 전자담배 판매점에 전시된 액상형 전자담배. 연합뉴스
29일 방문한 동구의 한 편의점. 액상형 전자담배가 있던 판매대의 칸이 전부 비워진 채였다. 아르바이트생 김모(여·23)씨는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권고 이후 편의점 본사에서 판매중지 결정을 내렸단 소식이 들려 바로 제품을 전부 뺐다. 어차피 찾는 손님도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방문한 다른 편의점 판매대에는 아직 액상형 전자담배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판매는 거의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편의점의 경우 지난 10월초 액상형 전자담배의 위험성이 거론된 직후부터 꾸준히 액상형 전자담배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어 하루 담배판매 총매출이 50만원 선에서 최근엔 30만원으로, 며칠 사이에 약 40% 가량 줄어들었다.

점주 이모(여·45)씨는 “일단 남은 재고를 판매하기 위해 판매대에 올려두고 있긴 하지만 사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주말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판매대에서 내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중단을 강력 권고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울산의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내 편의점업계의 90%를 차지하는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이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 및 공급 중단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에서 운영중인 편의점은 2017년 기준 831곳이며 이들 대부분이 대형 편의점의 가맹점들이다.

판매중지 또는 신규 발주 금지와 같은 가맹본부의 지침에 따라 울산에서 영업중인 상당수 편의점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지하거나 보유분에 한해서만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율이 뚝 떨어지면서 편의점 점주들은 뜻하지 않은 속앓이 중이다. 전자담배의 인기에 힘입어 재고를 넉넉하게 들여놨던 편의점들의 경우 정부가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액상형 전자담배 안정성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보유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중증 폐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전자담배에서 액체를 기화시켜 나오는 연기의 간접흡연에 따른 질환 유발 가능성 등을 두고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모(여·36)씨는 “정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다 발표한 직후부터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만 보면 멀리 피해간다. 괜히 옆에 있다가 담배연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를 두고 시비가 붙어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 입장에선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차이점을 알 수가 없는 탓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박모(52)씨는 “며칠 전 담배를 피우는데 지인이 왜 그런 폐질환 유발 담배를 피우냐고 하더라. 궐련형과 액상형은 다르다고 설명해줬지만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 입장에선 차이를 모르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1월 중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며, 인체 유해성 연구결과는 내년 상반기 발표될 예정이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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