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에 있는 억새
갈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 많아
정확하게 알고 관심·보호해야

▲ 윤석 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장

며칠 전 “태화강국가정원에 지금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억샙니까? 갈댑니까? 갑자기 내기가 붙어서 물어 본다”는 전화가 왔다. 태화강국가정원 선포식 행사에서는 물가와 냇가에 자라는 식물이면 당연히 ‘갈대’라고 생각해서인지 할머니가 손자에게 억새를 가리키며 연신 ‘갈대’라고 알려주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멋지다’라고 소리 지르며 사진을 찍고는 ‘갈대가 참 좋네’ 하는 사람들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소리를 들은 억새는 고복수 선생의 ‘짝사랑’ 노랫말처럼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하고 따라 부르지 않을까. 이제라도 제대로 알고 불러주는 것이 늦가을 멋진 장관을 선사한 식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으악새가 왜 억새냐?”라는 논란은 있으나, 으악새는 경기도 방언이다. ‘새’는 벼과식물을 의미한다. 잎들이 부딪혀 내는 스산한 소리에 빗대어 으악새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날카로운 억새 잎을 손으로 잘못 만지면 칼로 베인 것처럼 느껴져 ‘으악’하고 놀랄 수 있어 ‘으악’이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비명 소리보다는 문학적으로 잎이 내는 소리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그 노래의 작사가(김능인)가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없으니 더 이상 물을 수도 없다.

한편, 북한에서는 ‘으악, 으악’ 운다 하여 ‘왜가리’를 ‘으악새’라고도 하는데 이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노랫말 속 가을밤 왜가리는 이미 따뜻한 남쪽나라로 돌아간 후라 밤에 울 수가 없다. 따라서 생태학적으로는 풀(억새)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10월 태화강국가정원과 태화강하구 명촌 쪽에 있는 억새꽃은 솜털씨앗이다. 8~9월 사이 자줏빛 억새꽃이 필 때는 눈여겨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벼도 열매를 맺어야 비로소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태화강변 억새밭에는 억새와 물억새 등이 있다. 물억새는 줄기에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다. 흰맥이 있는 잎을 가진 억새와 갈대는 잎의 크기와 모양에서도 다르다.

한편, 억새가 왜 강변에 있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억새는 야산이나 언덕인 뭍에 자란다. 태화강 상류에서 떠내려 온 억새는 건조한 둔치에 자리하여 대파 다발 같은 뿌리를 뻗어 세력을 넓히면서 은색 군무를 펼친다. 이를 반기는 사람들은 일부러 억새를 널리 퍼뜨려 억새밭은 갈수록 더 넓어진다. 벼과 식물들은 세계적으로도 정원에 많이 도입하는 품종이다. 특히 태화강국가정원의 억새밭은 억새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경향을 선구적으로 받아들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에 반해 ‘반항아’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갈대는 현재 태화강 물가에서 확인된다.

억새에 비해 개체 수나 서식지는 적은 편이고 눈에도 잘 안 띈다. 그렇지만 갈대는 붉은머리오목눈이 같은 참샛과 새들이 열매를 빼 먹기 위해 무리가 옮겨 다녀도 견뎌 낼 정도다. 여름에는 개개비를 비롯한 작은 새들이 집을 짓기 위한 기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갈대는 열매집이 ‘갈색’이라 ‘갈대’라고 하는데 쥐색에 가깝다. 흰레게머리 같은 억새와 달리 겨우내 횃불 모양을 한 열매 집을 2~3m 높이에 달고 있다. 옛날 그리스 미다스 왕이 아폴론의 노여움으로 당나귀 귀를 얻은 사실을 안 이발사가 이를 말하지 못하게 하자 강둑에 구덩이를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는데, 이를 들은 갈대는 지금도 바람만 불면 그 비밀을 몸으로 말한다고 한다.

이처럼 억새와 갈대에 얽힌 이야기들로 미루어 볼 때, 바람이 불 때마다 언덕이나 강가에서 억새(으악새)와 갈대가 노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억새와 갈대에 대해 사람들이 더 명확하게 알고 불러준다면 이들도 가을밤 좀 더 기쁘게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물가 풀들이 많아지면 수질 정화를 비롯하여 작은 새나 곤충이 살 수 있는 보금자리도 되기에 이들에 대한 더욱 큰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윤석 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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