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 주력산업 관련 핵심소재의 수출규제를 감행한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세계경제 질서는 ‘비교우위 논리’를 기반으로 한 분업화로 유지되고있다. 일본은 소재·부품산업과 관련 원천기술에서 한국에 앞서고, 한국은 반도체와 IT분야 등에서 일본에 비교우위에 있다.

일본이 이러한 비교우위 산업을 보복의 칼로 사용한 것은 한국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이다.

만약 일본이 한국에 비해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의 주식량인 ‘쌀’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본은 경제보복의 무기를 ‘쌀’로 활용했을지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쌀값이 폭등하고 먼 나라에서 쌀을 들여오고자 발버둥을 칠 것이다.

일본에 대한 단호한 대응 또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농업을 비교우위 논리의 선상에서 일반적인 교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이유다.

농업은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산업이다. 국가적으로 가치에 대해 합의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공공성을 갖는 대표적인 재화이다.

사람들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소 필요량 이상이 공급되어야 하는 필수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농업은 사적영역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고 공공경제라는 관점에서 논의되고 지원되어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우리의 공공의 가치로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 실익을 높이고, 농촌의 복지와 문화, 의료 등 농업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여러 제도적 틀에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젊은 세대들이 농업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농촌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리 농촌에 활력을 심어줄 것이다.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일본 경제보복 100일이 지난 즈음에서 다시금 되새겨 본다. 김종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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