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경제가 급속도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각 자치단체장들은 내년 예산을 대폭 줄이고 불필요한 경상경비는 모조리 깎는 등 긴축모드로 돌입했다. 지난해만 해도 예산을 불리는데 집중했던 지자체들은 경제가 이렇게 위축될지 몰랐다.

이 가운데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중 상당수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금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잘못하면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송 시장은 어떻게 행동해야 옳을까. 답은 하나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울산의 미래를 위한 사업은 끝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시장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은 97개다. 이 가운데 86개는 임기내에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11개는 임기 후에 마무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공약 예산 약 9조5959억원 중 29.3%인 2조8071억원은 임기내에 투입 예정이고 69.8%인 6조7022억원은 임기 이후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시 말하면 공약예산 중의 70%는 후임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후임 시장에게 핵심 공약의 장기플랜을 거의 송두리째 넘겨야 하는 송 시장의 어깨는 매우 무거울 것이다.

송 시장의 공약 가운데는 미래를 내다보고 내건 사업들이 많다. 예를 들어 산재전문공공병원 설립,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경전철(트램) 도입, 재생에너지 메카 건설 등이 그것들이다.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이 사업들은 미래세대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들이다. 기존 산업이 해체되기 전에 하루 빨리 제4차 산업을 일으켜야 하고, 광역교통시스템 등 아직 완성되지 않은 광역기반시설도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경제는 물론 울산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모든 경제 지표를 살펴봐도 잘 될 것이라는 징조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올해를 기점으로 광역시의 예산은 계속 곤두박질칠 것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송 시장 임기 후 굵직굵직한 공약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환경이 바뀌면 약속도 바뀌게 돼 있다. 아무리 매니페스토라지만 환경이 급변한 상태에서 효용도 없는 공약을 지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지금 시급한 일은 안 지켜도 될 공약과 꼭 지켜야 할 공약을 가려내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할 공약은 온 행정력을 동원해 밀고 나가는 것이다. 송 시장의 공약세부사업은 97개에 달한다. 선택과 집중을 기하는 전략적 공약 실천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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