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수렴이 핵심인 ‘해체계획서’ 작성 내년 6월이 기한

현행법상 계획구역에 지자체 2개 이상이면 많이 속한곳 주관

면적 넓은 울주군 의견수렴 대상인데 기장군 법령 개정 요구

원안위, 시행령

▲ 신고리원전 1호기
국내 가동원전 중 최초로 폐로 절차를 밟고 있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의 ‘해체작업’이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 6월까지 완료해야 하는 해체계획서 작성의 핵심인 인근 주민 의견수렴이 기장군의 이의제기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의 법령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31일 울산 울주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의 해체계획서 작성이 지연되고 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는 원전 인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2개 이상의 지자체가 속해 있을 경우 가장 많은 면적이 포함된 지자체가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주관하도록 규정돼 있다.

고리 1호기가 위치한 기장군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반경 20~21㎞인 반면 바로 옆에 위치한 울주군은 30㎞에 달해 울주군이 의견수렴을 주관해야 한다. 울주군이 공청회를 위한 공고·공람 작업을 실시하고 한국수력원자력과 연계해 각 지자체에서 공청회를 연 뒤 의견을 취합해 원안위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재 지자체인 부산 기장군은 타 지자체가 의견수렴을 주도할 경우 소재지 의견이 왜곡되거나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기장군의 반발이 장기간 진행되는 원전 해체 과정에서 주도권을 얻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고리 1호기 폐로에 이어 고리원전 타 호기의 운영 종료시점이 다가오면서 지방세수가 점차 감소하는 만큼 원전 해체와 관련한 주도권을 얻어 세수를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의견 취합을 주도하면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법령 개정을 요구한다는 시각도 있다.

기장군의 반발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당초 의견수렴 주관 지자체인 울주군은 원안위의 공문을 접수한 뒤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법령 개정시기다. 원전 해체 진행계획상 해체계획서 작성 완료시점은 내년 6월이다. 원안위는 연내 법령 개정을 완료한 뒤 즉시 의견수렴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국회의 상황을 감안하면 입법 시기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 1호기 해체시 필요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에 대해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관련 법령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수원은 관련 법령의 개정이 완료되는 대로, 주민 의견을 수렴·반영한 최종 해체계획서를 2020년 6월까지 원안위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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