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학관 "2세대 얻어 자연 방사 계획…내년 특별전도"

▲ 국립과천과학관 곤충생태관

더위가 기승이던 8월 강원도 춘천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장수하늘소의 유충이 발견됐다. 주 서식지인 광릉숲 외 다른 국내 장소에서 발견된 것은 1969년 이후 46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 이런 소식을 전하며, 유충을 인공증식해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석 달이 지난 현재, 장수하늘소 유충은 잘 자라고 있을까. 지난달 30일 찾은 국립과천과학관 곤충생태관에서 매끈매끈한 윤기를 뽐내는 장수하늘소 유충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춘천에서 유충을 발견한 손재덕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는 "8월에는 한 마리가 20g 정도였는데 이제 두 배 이상으로 자랐다"면서 "조만간 번데기가 돼 내년 초에는 장수하늘소 성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충의 먹이는 발효 톱밥이다. 과천과학관 연구진과 곤충기업 판게아엔토비, 서울호서전문학교 등 민간 전문가들이 기존 먹이를 개량해 제작했다. 25∼26℃의 생육 온도, 40% 정도의 습도에 특별히 만든 먹이를 먹으며 유충은 성장하고 있다.

장수하늘소는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울창한 활엽수림에 서식하며 6∼9월에 주로 나타난다. 1968년에는 곤충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손 연구사는 8월 손종윤 서울호서전문학교 교수와 함께 춘천 북산면 일대에 사슴벌레 생태 조사를 갔다가 죽은 나무 속에서 우연히 유충들을 발견했다. 과학관에서 진행하는 생태 교실에서 사슴벌레에 대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려 했던 차였다. 발견 지점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75호 '춘천의 장수하늘소 발생지'로 지정됐다가 소양강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1973년 지정 해제된 곳과 가깝다.

손 연구사와 손 교수는 유충의 사진을 찍어 문화재청에 발견 사실을 신고했고, 이후 인공 증식과 방사 허가를 받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생태복원에 나서기로 했다.

유충 중 2마리(암컷 1마리·수컷 1마리)는 과천과학관에서, 다른 5마리는 문화재연구소에서 사육하고 있다. 7마리를 같이 두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죽을 수 있으니, 두 기관에서 나눠 기르기로 한 것이다. 현재 7마리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알려졌다.

내년께 장수하늘소 유충이 성충이 되면 과천과학관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번식에 도전할 계획이다.

손 연구사는 "성충이 한 달 정도 산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한 쌍이 번데기에서 최대한 동시에 나올 수 있게 사육 환경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늘소 '부부'가 한 번에 낳는 알의 수는 50~100개 정도. 번식에 성공해 하늘소 2세대를 얻으면 이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게 과천과학관의 '미션'이다.

아울러 모든 사육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과학관은 내년 8월께 장수하늘소의 한살이에 대해 소개하는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여름방학 기간 과학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의 생태에 대해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 연구사는 "탈바꿈 과정, 짝짓기, 산란 등 장수하늘소 생활사에 대한 기록과 사진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며 "'생태계 복원'이라고 하기엔 거창할 수 있어도 곤충 연구자로서, 과학관 연구자로서 소임을 다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