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를 앞두고
안전·환경규제·사용자 편의성 등
전기전자·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 트럭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선책을 발표했다. 트럭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운임의 30~50% 감소가 예상되는데, 약 9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화물 운송시장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그 비용 절감효과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보다 한발 앞서 유럽에서도 트럭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중심 기술로 군집주행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 트럭군집주행으로 유럽대륙을 횡단한 유럽과 수차례 실도로 시범 주행을 펼친 미국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한국도로공사와 현대자동차가 관련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럭 군집주행은 두 대 이상의 트럭이 자율주행기술과 V2X(차량·사물 통신 : Vehicle to Everything communication) 등의 인프라 지원을 통해 하나의 세트로 연결되어 마치 기차와 같은 행렬로 이동하는 주행방법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탈 것에서 이동계(mobility)라는 개념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이후, 트럭 자율주행은 일반 승용차에 비해 요구되는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이 낮아 더욱 빠른 속도로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군집 주행 기술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로는 연비 및 배출 개선, 안전성 향상, 그리고 인력난 해소를 꼽을 수 있다. 차량 간격을 최소화한 군집 주행은 공기저항 발생을 줄여 연비를 개선하고 배출가스를 저감한다. 짧은 운전 지속시간과 계획된 휴게시간, 자동화된 안전시스템을 통해 졸음운전을 포함한 인적요인의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젊은 층의 유입 없이는 향후 심각한 화물수송 인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적은 인원으로도 많은 화물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군집 주행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동차는 순수한 기계 장치로 탄생했지만 현재 자동차 회사들은 기계 기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안전, 환경 규제, 사용자 편의성 제공을 위해 전기전자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글, 인텔 등의 ICT 기업들은 그들의 첨단 IT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하여 업종파괴를 선도하고 있고, 기존 기업들과의 연계를 도모하고 있다. 2009년부터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를 시작하여 2016년 구글에서 분사한 웨이모는 2017년 기준 8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으며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역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모비스가 세계 10대 자동차부품사에 꼽힐 정도로 하드웨어면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Industry 4.0을 기준으로 한 국제적 평가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분야는 중국이 8위인데 반해 한국은 19위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적극적인 보강 없이는 상위권 유지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변모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구조의 단순화를 위해 구성 부품의 수는 감소할 것이며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과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모두 소프트웨어로 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타 국가에 비해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에 늦게 뛰어들긴 했지만 앞선 기술을 추격하는데 강점을 보였던 우리로서는 여전히 발전가능성이 무한해 보인다. 편리한 문자전송,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수준에 그치던 핸드폰 관련 소프트웨어가 어플의 본격적 접목 이후 무한한 영역으로 확대된 것과 같이 자동차 관련 소프트웨어의 파생가능성도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울산의 대학들에 자동차 등 제조업 융합 ICT 학부를 신설하여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지속적인 발전 환경을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외에서 관련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을 영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업무에 실망한 고급 IT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된 점에 비추었을 때 다른 소프트웨어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자동차 분야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다. 자동차 분야 특유의 고가의 개발 도구와 개발 환경, 국내 관련 기업의 세계적 위상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최근 트럭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이슈도 GPS보다 저렴한 Lidar센서로 현 위치를 정밀하게 측위하는 알고리즘, 전방 트럭과의 좁은 간격으로 많은 차선이 가려진 가운데 가변적인 차선을 정확히 인지해 내는 동적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되었기에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노력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이창기 한국은행 울산본부 기획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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