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 의뢰로 관광전담기관 설립 용역을 진행한 용역사는 4일 열린 최종보고회에서 관광재단과 전시컨벤션센터 운영 업무가 결합된 (가칭)울산관광컨벤션재단 설립을 제안했다. 업무 중복에 따른 재정 낭비를 고려해 ‘관광’과 ‘컨벤션’ 2개 본부로 나눠 3단계로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울산시가 관광전담기구 설립을 추진한 것은 관광산업활성화를 위한 전문성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울산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도시로서 수십년 성장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광산업에 관심을 갖지 않다가 제조업의 경기침체를 겪자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관광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이미 우리나라도 국내 관광산업의 규모가 대폭 확대된 시점이라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관광전담기구 설립에 나선 것은 잘 한 일이다.

이번 용역 결과의 특징은 관광과 전시컨벤션을 합친 것이다. 관광을 중심에 두고 일부 자치단체는 문화와 합쳐 문화관광재단을 설립하기도 하고, 일부는 관광재단을 설립해 업무에서 전시컨벤션을 합치기도 한다. 문화-관광-전시컨벤션은 업무 영역이 일정부분 겹치기 때문에 2분야 이상을 묶을 수도, 3분야를 각각 둘 수도 있다. 다만 2분야 이상을 묶을 때는 그 지역의 특색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예상문제점을 단단히 짚어야 한다.

울산문화재단은 2017년 설립됐다. 전시컨벤션센터는 2020년 개관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울산문화재단은 예술진흥과 축제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 때문에 관광재단과 별개로 운영될 경우 축제 개발을 통한 관광활성화라는 업무의 혼선이 예상된다. 관광산업에서 축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많은 지방도시들이 문화와 관광을 합쳐 문화관광재단을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시컨벤션센터는 MICE(복합전시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관광산업활성화에 의한 서민경제 활성화와 자긍심·정주의식 향상을 목표로 하는 관광재단과의 근본적 차이이기도 하다. 상당수 전시컨벤션센터가 별도의 회사체제로 운영되는 것도 비영리법인인 관광재단과는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조선산업 활성화라는 태생적 특색을 갖고 있다.

운영비와 인력 부담을 이유로 내세우고는 있으나 제각각 전문성이 매우 중요한 분야인데 비용만을 고려해 억지로 합쳐놓아서는 안된다. 이번 용역결과에 따라 관광과 전시컨벤션을 합칠 경우 자칫 당장의 운영실적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전시컨벤션센터에 묻혀 관광재단이 제역할을 못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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