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문제’로 인사 시스템 허점 보여
대통령 연설·통계서도 문제점 드러나
지금이라도 청와대 참모진 일신할 때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최근 대통령에 대한 보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장면들이 너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국군 통수, 국가 안전보장, 국민경제 운용 등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고, 결국 그것이 국민들의 삶에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인사문제의 경우, 대통령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시스템을 통하여 검증하거나 또는 다른 경로를 통하여 특이정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책임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비밀리에 두루 들어보아야 한다. 그런데 조국 사태를 보면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된 흔적도 보이지 않고, 소문처럼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침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만이 지배한 것처럼 보이니, 그 결과가 좋을 수 없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1월10일 기자회견에서 징용공 관련 한국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삼권분립에서 정부는 개입할 수 없다, 일본은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말 쯤 한·일 관계분야의 외교원로들과 전문가들이 노무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관련기업들과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을 이낙연 총리를 통하여 전했다고 하는데, 이를 청와대에서 거부했다는 후일담이 있다.

지난 7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낭중지추’(囊中之錐)라며 ‘때때로 우리를 아프게 찌른다’고 했다. 감추려해도 도드라지는 인재를 의미하는 말을 주머니에 넣고 있지만 거추장스러운 송곳으로 해석한 것인데, 누구인지 몰라도 연설비서관은 벌써 사표를 냈어야 한다.

10월29일 강신욱 통계청장이 올해 비정규직이 86만 명 급증한 것이 조사방식 변경 때문이라는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지난 해 8월 소득주도성장 효과에 역행하는 통계로 황수경 전 청장이 13개월만에 경질되었기 때문에, 통계청장의 운신폭이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기본통계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 건 정말 큰 문제일 것이다.

11월1일 국회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의용 실장은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우리 안보의 위중한 위협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는 국방부에서도 여당에서도 의아해 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호승 경제수석은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묻는 질문을 받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오랜 동안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경제상황이 실제 어려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언급했던 것이 이유가 없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노영민 대통령실장의 감정노출과 강기정 정무수석의 버럭고함은 차라리 ‘봉숭아학당’의 양념이라고 치자.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가? 우선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들이 무능하고 비겁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를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판단을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설사 대통령이 화를 낸다고 해도, 청와대 참모로서 대의와 명분이 있다면 현재의 직을 걸고 못할 말도 없을 것이다.

이제 청와대는 이거고 저거고 생각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여기서 더 무너지면 국가의 안위가 걱정될 판이다. 지금이라도 청와대 참모진 일신이 있어야 하겠다.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분위기가 없다면 국민들이 불쌍해지게 될 것이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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