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시 중구 남외동 대우푸르지오 아파트 청약을 하러갔던 우모씨(31·현대미포조선 근무)는 요즘 분통이 터져 참을 수가 없다.

 지난 7일 1순위 청약통장을 들고 오전 10시께 느긋하게 모델하우스 쪽으로 나갔던 우씨는 벌써 중구청까지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그래도 집을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루를 꼬박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간신히 저녁 6시30분쯤에 청약신청서를 접수했다. "떴다방" 등 주변에서 설쳐대는 투기꾼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설마했지만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이날 푸르지오 33평형 371가구에는 1순위자만 2천200여명이 몰려 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남구 옥동 롯데인벤스가에서는 33평형의 경쟁률이 35대1까지 올랐다. 33평형 새아파트 한 채를 구하려면 적어도 6번 정도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약신청을 해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경쟁률도 치열하지만 분양가와 프리미엄도 도를 넘었다. 인벤스의 분양가는 2억1천만원(평당 636만3천원), 푸르지오는 1억6천980만원(평당 514만5천원). 건교부에 의하면 지난 98년 울산지역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283만7천원에 불과했다. 프리미엄도 첫날부터 인벤스는 3천만원, 푸르지오는 1천800여만원이나 붙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기존 아파트들의 가격도 들썩거리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울산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올들어 9월말 현재까지 6%나 뛰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통장이 귀한 줄 몰랐던 서민들은 "뛰는 집값에 나는 투기꾼들 사이에서 서민들은 이제 갈 곳이 없다"며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알뜰하게 돈을 모아 왔지만 이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화가 치민 서민들은 울산세무서 홈페이지에 "서민들을 위해 철저하게 세무조사를 벌여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호소를 할 뿐이다.

 그래도 당첨 가능성이 있는 울산의 1순위 통장은 8월말 현재 모두 7천여개. 이 중 상당수가 투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다 전국의 1순위 통장 200만개 중 다수가 올해부터 울산으로 몰려오고 있다. 통장도 집도 없는 울산의 서민들은 이제 갈 곳이 없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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