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책방카페 ‘바이허니’

▲ 울주군 두동마을 초입에 위치한 책방카페 ‘바이허니’.

울주군 두동마을 초입에 위치
박태숙·김수헌씨 부부 북카페

시읽기·독서모임·커피교실에
북토크·여름엔 돗자리영화제
손바닥장터 등 프로그램 다채

단골손님·마을주민 소통의 장
전국의 애호가 발길도 이어져

울주군 두동마을 초입에 ‘바이허니’라는 책방카페가 들어섰다. 박태숙·김수헌씨 부부가 운영하는 책 공간이다. 두 개의 건물이 이어진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마을에 진입하는 사람들을 향해 반갑게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이허니는 커피와 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문을 연 지 1년도 안 됐지만, 전국 책방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바이허니’ 내부 모습.

◇국어선생 다음엔, 책방주인

남편 김수헌씨와 함께 바이허니를 운영하고 있는 박태숙씨는 1988년 울산으로 왔다. 30여 년간 국어 교사로 근무했고, 지금은 책방주인이 됐다.

“88년도에 국어 교사로 발령받고 학교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교내 도서관이었어요. 죽어가는 도서관을 살려내고 싶었죠. 전집을 없애고, 단행본을 넣는 일부터 도서관 위치를 아래층으로 내리는 일까지. 지금은 참 당연하고 쉽게 해결될 것 같은 일들인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요.”

이후 어느 학교에 발령받든 간에 줄곧 교내 도서관 업무는 박씨가 도맡았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고, 뇌수술을 받았다.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국어 교사라는 직업을 참 좋아했지만, ‘수술후 복직하면 같이 일하게 될 동료 교사들이 얼마나 불편할까’부터 생각했어요. 예전처럼 일하기도 힘들 것이고, 제가 그렇게 일을 한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었던 남편 김수헌씨는 퇴사 후 바리스타·로스팅 자격증을 땄다. 부부가 전국 책방투어를 다니기도 했고, 건물을 짓기 전 설계회의에만 6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올해 2월 드디어 책방카페 바이허니가 문을 열었다.

▲ 시읽기 모임, 독서모임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테마별 북 큐레이션 ‘눈길’

바이허니 1층은 주로 책이 진열돼 있다. 2층은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엔 판매하는 책, 2층엔 카페 고객을 위해 비치해놓은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보통 북카페들과 달리 테마를 정하고 테마별 북 큐레이터가 배정돼 있다. 북 큐레이터는 바이허니 단골들이다. 아동문학가부터 책 애호가 과학선생님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1층에는 따끈따끈한 신작도서부터 이슈를 모았던 화제의 도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눈길 가는 도서가 세션별로 진열돼 있다. 모두 책 표지쪽으로 진열된 모습도 인상적이다.

“교사로 근무할때 울산국어교사모임에 20년간 참여했습니다. 같이 활동했던 교사들이 책방 운영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나도 큐레이터’라는 코너는 이 교사들의 추천도서가 진열되고, 추천서까지 깔끔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 ‘바이허니’에서 계절마다 열리는 손바닥 장터.

◇문화프로그램 운영되는 동네 사랑방

이곳이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시 읽기 모임’이나 ‘꼰대 탈피 아재 독서모임’과 같은 책 관련 모임뿐만 아니라 자수, 커피 교실도 진행된다. 요즘 바이허니에서는 울산대학교 국어문화원과 함께 하는 ‘울산시민을 위한 찾아가는 인문학교실’이 한창인데 오는 8일에는 소래섭 국문학과 교수를 초청해 북토크 ‘백석 시 함께 읽기’를 진행한다.

여름엔 ‘돗자리 영화제’가 마련돼 책방 단골 손님과 마을주민이 둘러 앉아 함께 영화를 감상한다. 또 계절마다 ‘손바닥 장터’가 열리는데 도시 사람들이 사용하던 생활소품·소형가전과 두동마을 주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맞교환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보노보 혁명>이라는 책을 언급했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처럼 유명 인물은 아니지만, 일반인으로서 보노보 실천은 어떤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책방을 열진 않았을 겁니다.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나눌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어요. 누구나 이 공간에서 소통하고 느슨하게 만나서 어울리길 바랍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캠페인은 울산광역시, 울산시교육청, 롯데케미칼, 한국동서발전, 한화케미칼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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