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 교사

전국적으로 교원평가가 확대 실시되기 전부터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자유반응식 평가(현 자유서술식 평가) 란에는 욕설과 비난이 난무할 것이라고, 젊고 예쁜 교사들 기나 살려주는 인기투표가 될 것이라고, 교사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한다는 목적은 온 데 간 데 없을 거라고. 걱정은 곧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났다.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지도하던 교사들의 가슴에 무수한 상처를 안겼다. “애들이 쓴 거 보니 입에 담지도 못할 욕들이 가득해. 애들이 이렇게 날 싫어하는 줄 몰랐어” “나더러 차별이 심하대. 공정하게 대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교무실, 휴게실, 급식실, 복도까지. 교사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교원평가가 화두였다. 삼삼오오 서로의 평가 결과를 비교한 교사들은 더욱 절망하고 좌절했다.

전면시행 후 10년째. 친구인 교사 A는 교원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여긴다. A는 초임 시절부터 지금까지 교재 연구와 수업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매번 이어지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학습 게임과 모둠 활동을 고안해낸다. 그만큼 A는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A 역시도 학생들을 아끼고 존중한다. 진심은 통한다는 고리타분한 명제 없이도, A 같은 교사만 있으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저절로 회복될 것 같다. 그런 A는 교원평가의 역할을 절대적으로 불신한다.

또 다른 친구 교사 B. 가끔 교원평가를 잘 받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는 말을 한다. 아무래도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교사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교수-학습 방법의 참신함이나 생활지도 방식의 합리성보다는 학생과 교사의 친밀도가 점수에 영향을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B처럼 세심하게 수업을 준비하고 업무를 살피는 교사도 학생들이 고민 없이 클릭한 결과로 나온 점수에 괜스레 마음이 상한다. B 역시도 교원평가가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나. 교원평가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고 믿으며, 평가 결과 특히 자유서술식 문항에 민감하다. “선생님, 활동수업을 더 자주 해주세요” “시험 범위가 너무 많아요” “좀 더 다정하게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등등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수업의 약점, 인간적인 단점을 지적당할 때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아져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런 나도 인격모독에 가까운 감정적인 답변을 볼 때면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교원평가가 없어져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원평가에 대해 A나 B와 비슷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한 칼럼에서는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학부모 참여율과 2017년에 한 교원단체에서 실시한 교원평가 존폐 관련 설문조사에서 90%의 응답자가 폐지를 희망했다는 수치를 근거로 교원평가 폐지를 주장했다. 도입 취지는 좋았으나 오랜 시간동안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계륵이 되어버린 교원능력개발평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제도라면 교사들의 역량 개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문항 개발과 평가 개선을 통해 다시금 본래의 목적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정현 남목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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