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제조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국의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적극 실행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으로 대표되는 이것은 기존의 물리적인 제조 공정을 사물인터넷을 통해 연결하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분석해 보다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지능형 자율공장의 구축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2022년까지 3만개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목표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은 특히 중소, 중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제조현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스마트 공장 관련 IT시스템을 구축하는 신규 구축활동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공장 내의 생산운영관리를 위한 MES(제조실행시스템), 품질분석 및 수율개선을 위한 QMS(품질관리시스템), 물류운영관리를 위한 LSM(물류관리시스템) 및 이와 연계된 하위 IT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제조현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각 지역별로 설립된 테크노파크 등을 통해 스마트 공장의 수요 기업과 솔루션 공급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한편, 수요 기업별로 최대 6개월 동안 최대 1억원까지 재정지원을 해줌으로써 스마트 공장의 양적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 품질관리를 위한 IT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과연 스마트 공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되짚어봐야 할 문제이다. IT시스템 구축이 제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작업자(Man), 설비(Machine), 원자재(Material), 공법 (Method) 등 4M이 결합된 제조현장은 기본적으로 생산계획→자재조달→생산실행→생산/품질관리로 구성된 일련의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의 영업, 생산관리, 구매, 자재, 제조, 품질 등의 기능 조직이 프로세스의 주축이 되고, IT를 담당하는 정보전략 및 공정/품질을 개선하는 생산기술 등 기술조직이 프로세스의 운영을 제대로 지원할 때에 비로소 안정적인 공장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일례로 기업 내부의 IT시스템에 대한 계획, 투자 그리고 셋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스마트공장을 위한 각종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다”고 하는 반면에 생산을 실행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부서에서는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은 제조현장의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다, 구축된 IT시스템을 어느 조직에서 활용해야 하는지 불명확하다”라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제대로 된 프로세스의 개선(PI: Process Innovation) 없이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을 서두른 결과로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공장의 성공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IT시스템의 ‘구축’이 아닌 ‘활용’이 성공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생산운영 프로세스를 면밀히 검토하여 불합리한 업무 진행단계를 개선하고, 기존에는 없던 업무를 새로 만들기도 하는 등의 프로세스 개선활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설비에서부터 축적된 공정 품질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한다면, 어느 조직에서 어떤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수집된 데이터를 어느 조직에서 분석할 것인지 그리고 분석결과를 어느 조직에 전달하여 품질개선활동에 활용할 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이후 이 프로세스와 데이터의 흐름에 적합한 IT시스템 및 빅데이터 분석도구를 도입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 절차를 무시한다면 큰 금액을 들여 투자한 IT시스템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경영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토마스 데이븐포트 미국 밥슨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IT중심의 빅뱅식 접근이 아닌 조직의 대응과 변화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스마트 공장의 구축, 그리고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 공장을 위한 솔루션, 특히 IT시스템은 제조현장의 운영을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핵심은 프로세스의 개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기범 울산과학대학교 안전및산업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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