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칠레·레바논·영국 등 최근 몇주새 동시다발 발발
이코노미스트 “제3의 물결”...1960·80년대 잇는 위세 진단
경제적 불평등 등 원인 분석

▲ 지난 5일 가면을 쓴 채 시위를 벌이는 홍콩 시민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칠레, 에콰도르, 레바논, 이라크, 알제리, 영국, 스페인 카탈루냐, 프랑스, 아이티, 온두라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어느 한 대륙에 국한되지 않은 격렬한 시위가 최근 몇주 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지구촌은 바야흐로 또다시 ‘반정부 시위’ 전성시대로 접어들었다.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6일 이런 흐름을 ‘제3의 (반정부 시위) 물결’이라고 규정하면서, 지구촌에서 동시다발적인 반정부 시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유를 짚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학생 운동과 민권 운동이 서구 사회의 근본 가치를 뒤흔든 1960년대 후반의 서유럽과 미국에서의 저항의 물결,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민중의 힘으로 독재와 공산주의를 끝장낸 아시아와 동유럽의 ‘피플 파워’ 시위 이후 전 세계 성난 군중이 이처럼 한꺼번에 거리로 몰려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잡지는 그러나, 앞선 두 시대의 대규모 시위가 서로 더 연계돼 있었던 반면, 현재의 시위는 공통점이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승차권의 4% 인상으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칠레의 경우처럼 경제적 불평등, 기득권의 부패 등 일견 비슷한 불만에서 시위가 촉발된 부분을 부정할 수 없긴 하지만, 그 성격을 딱 잘라 하나로 묶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레바논의 경우 왓츠앱에 부과한 세금, 홍콩은 범죄 용의자의 중국 송환을 허용하는 법안의 제정, 카탈루냐는 분리독립 진영의 유력 인사에 대한 장기 구금형, 영국은 브렉시트에 대한 제2의 국민투표 등이 시위의 도화선이 되는 등 시위가 촉발된 사정부터가 각양각색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그래도 학자들은 최근의 시위를 관통하는 이유로 경제적 불평등, 인구학적 요인, 음모론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굳이 제시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세대가 대개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 층인데 이들은 대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성년을 맞이함에 따라 경제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점에서 인구학적 요인이 거론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일간 더타임스에 1960년대 후반의 시위와 현재의 시위는 고등 교육 기회의 확대로 고학력 젊은이들은 과잉 배출되는 반면, 그들을 수용할 만한 일자리가 없는 데에서 기인한다며 이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의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고, 칠레, 에콰도르 등 중남미 시위가 쿠바와 베네수엘라 등 좌파 사회주의 정권의 선동으로 불이 붙었다고 주장하는 시각에는 음모론이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가설들을 최근 지구촌 시위의 공통된 요인으로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지금까지 좀처럼 언급되지 않은 3가지 원인이 각각의 시위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고 제시했다.

우선, 시위대가 법적·신체적인 위험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시위는 일상의 고된 일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연대’도 최근의 반정부 시위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꼽았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시위에 참여할 때 연대는 어느새 사람들이 따라야 할 유행이 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제3의 반정부 시위 물결이 세계적인 혁명의 조짐이 아니라, 단순히 새로운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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