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울산석유화학단지를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화약고’라고 한다. 울산시민들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공단을 지척에 두고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각종 배관이 무질서하게 매설돼 있는 석유화학단지 내의 지하공간을 상상하면 그 불안감은 더할 나위가 없다. 배관의 지하 구축이 한계에 달했다며 지상에 통합파이프랙(Piperack 공동배관망)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지 10여년이 흘렀다. 울산시민들에게는 생존권과 다름 없는 일이지만 정부가 남의 일인양 나몰라라해왔던 것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6일 “울산권 국가산업단지 통합파이프랙 사업 타당성 종합분석 및 기본설계 용역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비로소 10년 노력의 첫단추를 끼운 것이다. 용역비는 지난해 말 이채익 국회의원이 적극 나서 가까스로 5억여원을 확보했다. 10개월의 용역을 거친 다음에도 예산확보와 사업주체가 관건이 될 수 있다. 통합파이프랙 구축은 773억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이다. 우리는 지난 2015년 특수목적법인까지 설립하면서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 온산산업단지까지 14.5km 구간의 노후배관을 한곳에 모으는 통합 파이프랙 구축사업을 추진했으나 기본설계비용 부담을 산업부와 울산시, 기업체가 서로 떠넘기면서 유야무야된 경험을 갖고 있다.

다행이랄까. 통합파이프랙 구축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데다 지난해 2월 울산시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화학과, 화학네트워크포럼,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역본부, 한국가스안전공사 울산지역본부,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사,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협의회, 울산대 안전센터 등 관련기관·전문가들로 ‘국가산단 지하배관 선진화사업단’을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화상태에 달한 지하가 아닌 지상 통합파이프랙 조성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한편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건립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울산국가산단에는 230여개의 정유·화학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 곳에는 화학관 821.1㎞, 가스관 572.2㎞, 송유관 158.9㎞, 상·하수관 124.2㎞, 전기·통신관 90.8㎞, 스팀관 7.3㎞ 등 모두 1774.5㎞에 달하는 배관이 묻혀 있다. 이들 지하배관은 매설된지 20~50여년으로 노후화한데다 도면이 있기는 하나 정확성이 떨어져 굴착공사를 하다가 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03년에야 기업체의 설명에 의존해 만든 도면이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합파이프랙 못지 않게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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