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재주 가진 이웃들 보면
‘1만 시간의 법칙’ 이론 떠올라
절대시간과 끈질긴 인내 필수

▲ 홍영진 문화부장

닮고 싶은 사람이 주변에 많다. 그럴만한 각기 다른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한 부류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특별한 재주’를 남들보다 한두개씩 더 가진 분들이다. 이들은 본인과 가족의 삶을 책임지는 경제활동과 무관하게 특정분야(좀더 범위를 좁히자면, 문화와 예술과 관련한)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기량을 갈고닦아 이를 삶 속에서 적극 즐기며 산다.

지역방송사 출신의 한 공공기관장은 ‘민화’에 오랫동안 심취했다. 10년 세월이 넘는다. 현재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전시까지 꿈꾼다. 아마도 내년 즈음 성사될 것 같다고 한다. 그 분의 또다른 취미는 맛좋은 원두를 볶아 주변에 나눠주는 일이다. 울산지역 커피달인들의 모임인 일명 ‘뽀까스’ 회원이기도 하다. 게다가 클래식부터 재즈와 월드뮤직까지, 소소한 행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선곡 실력까지 출중하다.

한 회화작가는 평면을 벗어나 삼차원 공간을 캔버스로 활용하고 있다. 어느 날 본인의 작업공간을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바꿔 눈길을 끌더니, 최근에는 울산시 중구 풍암마을에서 본인의 작품세계와 독특한 감각을 버무려 전통차(茶) 카페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여세를 몰아 불과 보름 전에는 남구 달동의 평범한 공간을 대규모 갤러리 카페로 바꿔 어두웠던 밤거리를 환하게 밝혀놓았다. 본인의 평면작업과 철제설치작품이 공간인테리어의 주축을 담당한다.

새롭게 도전하는데는 중년의 주부도 빠지지 않는다. 여성경제인이기도 한 그는 오래 전 사진에 입문, 전문가의 지도 아래 10여년째 여성사진가로 활동한다. 지난 여름에는 경색된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회원들과 함께 한일여성사진교류전도 마련했다. 그의 흑백작업은 우리 사회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 수작으로 전시장 메인공간을 차지했다. 7장의 사진을 하나로 연결시켜 하나의 피사체(인체의 선)를 창조해 관람객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게 했다.

이들을 지켜보노라면 10년전 베스트셀러 <1만 시간의 법칙>이 떠오른다.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1만 시간 정도는 쏟아부어야 한다는 이론이었다. 책 속 사례는 우리 모두가 알만한 유명인의 이야기였지만, 앞서 언급한 필자 주변의 ‘닮고 싶은 사람들’ 역시 오랜 시간 공들여 본인의 몸 속에 문화예술인자를 체화시켜놓기까지 그 못지않은 지난한 과정을 거쳤음이 분명하다.

문제는 누구나 알지만 실천이 쉽지않다는 것. 그래선지 책 속에는 이를 극복하는 팁도 상세하게 기술된다. 1만 시간을 견디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도전해야 한다. 연습이 유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걸음으로 먼 길을 가라’며 목표는 짧게, 계획은 구체적으로 짜라고 했다. 도전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도 없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성공은 없으며 땀 흘리는 ‘절대시간’과 끈질긴 인내가 대기만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만약 독자 중에 남은 인생 중 1만시간을 공들이고 싶은 분야를 찾고있다면, 특히나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문화나 예술과 관련한 것이라면, 울산에서 활용할만한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고자 한다.

최근 울산문화재단이 내년도 울산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방향을 발표했다. △청년활동가를 위한 ‘생애처음’ △늘 소외되던 원로예술 △실적없는 신생예술단체를 위한 새로운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술인 이외 일반인들을 위한 생활예술지원 역시 내년엔 좀 더 확장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첫 발을 떼기위한 도전의 장으로 이를 적극 활용해 보자. 꼭 지원을 받지못한다해도 최소한 동기부여는 될 수 있다. 결국에는 결심과 실천과 지속이라는 세 박자가 관건이다. 흘러간 1만시간을 웃으며 되돌아 볼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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