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정신연령은 소년이면서 신체연령은 청년인 ‘청소년’이 있듯이 몸은 성인이면서 정신연령이 어린이인 사람을 ‘어른이’라고 한다.

어린이에 비유해서 어른이로 표현했지만 어른은 사전적 의미로 ‘다 자란 사람’이라는 의미에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단순한 성인과는 의미가 다르다. 모든 어른들은 한 때는 어린아이였고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많지 않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듯이 세상의 모든 구성요소는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잘 영근 가을을 수확하는 풍요한 주말에 공교롭게도 낮에는 조카 결혼식장에 있었고, 저녁엔 친구 부친 장례식장에 갔다. 결혼식장에서 앞서 가는 아내가 아기를 안고 따라오는 남편을 보고 ‘오빠 빨리 와’라고 하고, 장례식장에서 시아버지를 ‘오빠 아빠’라고 칭하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어른이’이다. 예전에 우스갯 소리로 오빠가 아빠된다고 했던가, 그 어른이들의 무질서한 언행들 때문에 안으로는 자녀가 헷갈리고 밖으로는 청소년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어른이가 아닌 참된 어른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참된 어른의 첫걸음이 올바른 부부 삶이다

결혼식 손님은 부모 손님이고 장례식 손님은 자녀들의 손님이므로 인생 잘 살아야 한다고 예전에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다. 장례식 손님 대부분은 실상은 고인보다 고인의 가족들과 관계가 있는 분들이다. 이렇게 보면 마지막까지 내 곁에 남는 사람은 가족들이고 그 중에 아내이며 남편이다. 부모님이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은 대개 엄마가 아빠 쪽으로 다가서서 기대어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오남매 막내까지 결혼시키고 나서 찍은 사진은 그 반대로 아빠가 엄마 쪽으로 몸이 기울어진 모습이다. 버팀목이 되기도 하고 기대어 쉬기도 하며 서로 ‘여보’가 되고 ‘당신’이 되었다.

부부는 서로를 향하여 “여보! 당신!”이라고 부른다. 누군가 말했다. “여보(如寶)라는 말은 ‘같을 여(如) + 보배 보(寶)’로 보배와 같다라는 말이고, 당신(堂身)은 ‘내 몸과 같다’는 말”이라고. 또 마누라는 ‘마주 보고 누워라’라는 말의 준말이고 여편네는 ‘옆에 있네’에서 왔다고 한다.

부부(夫婦)라는 말의 뜻은 지아비 夫에 아내 婦를 합친 말로 쓰지만, 우리말 사전에는 ‘결혼한 한 쌍의 남녀’로, 영어는 ‘man and wife, husband and wife, a couple’로 되어 있다.

가장 작은 사회구성체인 가족 안에서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이며 삶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그 소중한 인연에서 아들이 연결되고 딸이 연결되는 것이다. 아내로, 남편으로, 아들딸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귀한 보배로 ‘여보, 당신’이라 불러보자.

오빠든 아빠든 그냥 애교로 넘기면 되는데 어른이가 괜히 염려되어, 감정소비 하기 싫어서 또 꼰대가 된 하루였다.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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