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강을 경계로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구역이 나눠진다. 남구와 중구는 태화강, 중구와 북구는 동천강이 경계다. 울주군은 태화강의 상류에 자리하고 있고 동구는 태화강의 하류에 있다. 그래서 태풍과 폭우 등이 지나가고 나면 쓰레기 처리가 자치단체의 재정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또는 기초단체간에 비용부담을 서로 미루면서 오랫동안 쓰레기 쌓여 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번엔 북구가 떠내려온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어 악취가 발생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폭우 등으로 인해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태화강 하류에 몰린 것이다. 아산로를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와 태화강이 맞닿는 둔치 지점이다. 플라스틱 물병과 스티로폼 상자, 각종 비닐 등이 쌓여 쓰레기섬을 이루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악취도 심하다. 지난 4, 5월에 여러차례 민원이 제기됐으나 북구는 처리에 8개월여를 허비하고 있다. 예산까지 확보해놓고 있으나 배를 타고 들어가서 수거를 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작업이라 2차례나 입찰이 유찰됐다는 것이다.

울산은 국가정원을 가진 도시다. 북구는 ‘꽃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 곳곳에 꽃을 심고 가꾸는 사업이 한창이다. 도심 다리 위의 꽃화분이나 공한지 등에 무분별하게 놓여진 화분 등을 볼 때마다 도로 곳곳에 불쑥불쑥 솟아 있는 풀과 널브러져 뒹구는 쓰레기가 오버랩된다. 꽃단장할 예산이 있으면 도심청소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청소는 안하면 티가 나지만 막상 하고 보면 아무런 흔적이 없다. 실적으로 꼽기도 어려워 전시행정에 밀리기 일쑤다. 없어서는 안 되지만 보이지는 않는 ‘산소 같은 행정’이 아쉽다.

태화강변을 정원전시장처럼 꾸민다고 국가정원의 가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알록달록 꽃을 심는다고 꽃도시가 되지는 않는다. 폭우에 쓰레기가 떠내려와 섬처럼 쌓일 때까지 치우지도 않으면서 무슨 국가정원이며 꽃도시인가. 국가정원의 가치를 살리려면 울산시 전체가 정원처럼 아름다운 도시가 돼야 한다. 그 시작은 꽃도시가 아니라 깨끗한 도시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찻길이 갈라지는 경계부분에, 보도블럭 틈새에 어린이키만한 풀이 솟아 있고, 수십억 예산을 들여 조성해놓은 산책길 옆에 폐가구와 스티로폼이 나뒹굴고, 주택가·상가 주변엔 쓰레기봉지들이 작은 산을 이루고, 태화강하류엔 쓰레기섬이 생겨나고 있는데 태화강변을 꽃으로 뒤덮는다고 ‘정원도시’라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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