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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후손들에게 물려줄 문화의 자존감내년 개최 예정인 울산국제영화제
국내외에 울산 알릴 대표행사 되어
시민에 문화적 자부심 느끼게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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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7  2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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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오 영화감독·(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장

고향이 울산인 필자가 20대 초반 서울생활을 시작하며 느낀 문화적 충격은 필자를 문화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얼리어답터가 되게 만들었다. 어느 정도 문화 격차를 극복했다고 자부하던 서울생활 3년차 즈음에 또다시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졸업 작품 발표회 때다. 학과 내 만화소모임이 만든 7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보는 순간 문화격차를 극복했다는 자만심은 오판이었음을 깨달았다. 모두 서울 출생인 그들은 지방 유학생들과는 다른 독특한 세련된 문화적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가 4년의 대학 생활동안 감각적으로 극복하지 못한 유일한 그룹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넘어설 수 없는 벽이었다.

“처음 만나는 자유. 스무살의 011 TTL.” 1999년 당시 sk텔레콤이 20대를 위한 통신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신비의 소녀’ 임은경을 등장시켜 센세이션을 일으킨 광고가 있다. 그 광고를 만든 이가 바로 그 7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런 문화생태계 격차로 인한 문화적 감각의 격차는 후천적 노력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어릴 적 환경이 극복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를 만들고 결국 평생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이다.

변방이었던 대한민국을 세계에 각인시킨 계기는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이다. 이 두 축제의 개막식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되기에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 서울올림픽은 한국의 높은 문화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한일월드컵은 전 세계 시골마을까지 ‘꼬레아’를 알게 만든 축제였다. 그 후 정부는 문화예술에 대해 대폭적인 지원을 했고,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도 급격하게 높아졌다. 오늘날 한류 열풍과 한국영화 붐을 이어가는 계기도 그 때 조성된 셈이다.

울산은 광역시 중에서도 부족한 것이 많다. 그 중 가장 부족한 것이 문화 환경이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영남알프스 등 천혜의 조건을 갖춘 생태도시의 위상에 맞는 문화 생태계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런 시기에 내년 개최 예정인 울산국제영화제는 울산을 대표할 국제 행사가 없는 지역에서 울산을 국·내외에 알리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 수 있기에 지지하는 시민들이 많다. 특히 젊은 층에서의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

용역결과보고서는 단순히 영화인들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라 차세대 IT와 뉴미디어의 융합 축제로 방향을 정하고 있다. 울산국제영화제가 새로운 대안으로서 콘셉트 있는 국제영화제로 나아갈 수 있고, 타 영화제들이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영화제 개최는 늦었지만 기존 오래된 국제영화제들이 고민하고 있는 영화제의 확장성 한계와 콘텐츠 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영화제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새삼 그 기대가 크다 할 수 있다.

반대 여론이 제법 있다. 글과 말을 통해 들리는 내용을 요약해보면 ‘시장의 공약사항이라고 무조건 지켜야하나?’ ‘부산국제영화제가 있는데 울산에 왜 필요한가?’ 등이다. 이같은 주장은 용역 결과보고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논리적이라 하기도 어렵다. 이 주장을 그대로 대입해보면 부산에 대학이 있는데 왜 울산에 대학이 필요하며, 부산에 전시컨벤션센터가 있는데 왜 울산에 왜 필요한가와 같은 억지 논리일 뿐이다.

어릴 때의 문화 환경이 평생을 좌우하듯, 낮은 문화적 자존감은 지역에 머물 수 있는 명분을 약하게 만든다. 시민의 자존감이 높을수록 시의 자존심은 높아진다. 내년 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고 해서 당장 울산의 문화생태계가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서울올림픽에서 보듯 국제영화제를 통해 파생되는 수많은 연관 문화산업들이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자존심마저 던져야하는 이 시대의 가장과 청년들이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적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있는 계기를 지금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손님의 웃는 얼굴은 요리사의 훈장이며, 시민의 웃는 얼굴은 시장의 훈장이다. 홍종오 영화감독·(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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