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양벌규정 적용’ 주장에 법원 “직원도 고의 없으므로 살필 필요 없다”

▲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국에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이근수 부장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김 의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2016년 당국에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모든 계열사의 공시 의무를 졌으나, 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골프와친구·모두다·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누락했다.

김 의장이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진행된 정식 재판에서 1심은 김 의장이 허위 자료 제출을 용인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허위자료가 제출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이를 넘어 허위자료 제출을 용인했다거나 허위자료가 제출된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2심에서 공정거래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김 의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추가로 했다. 카카오의 공시 담당 직원이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위법 행위를 한 만큼, 공정거래법 제70조의 양벌규정을 적용해 김 의장도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재판부는 카카오의 공시 담당 직원에게도 마찬가지로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당 직원이 자료 누락을 확인한 경위와 이후 공정위에 누락 사실을 알려 추가로 계열 편입을 신청한 사실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허위 자료를 제출한다는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양벌규정은 종업원이 형사 처벌 대상 행위를 했을 때 회사나 사업주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적용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담당 직원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만큼 양벌규정을 적용할지 살필 필요도 없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김 의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증권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바로투자증권 지분 60% 인수 계약을 맺고 올해 4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김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심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나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회사 대주주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장이 혐의를 벗으면 바로투자증권 인수의 걸림돌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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