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자유 당연히 얻어지지 않아
증오·인종차별 맞서야” 강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美 자국 우선주의 행보 지적
獨 통일 지원역할 상기 시켜

▲ 9일(현지시간) 독일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진행된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행사중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일인 9일(현지시간) “장벽의 붕괴는 자유를 제약하고 사람들을 못 들어가게 하는 장벽이 너무 높고 두껍더라도 결국 뚫린다는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장벽이 무너지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누구도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일이 행복한 순간의 기억이지만, 한편으로 현재 마주하고 있는 증오와 인종차별, 반(反)유대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관용을 지켜내야 한다”면서 “이런 가치는 항상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자유는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서 지역 모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옛 동독지역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다 동독 경비병의 총격에 숨진 동독 시민들을 추모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옛 동독과 서독지역 간의 격차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격차를 해소하는 데 반세기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저녁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열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행사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미국이 국가 이기주의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존중받는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동서독 분단기인 1987년 6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서베를린을 찾아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장벽을 무너뜨리자”며 연설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이 외침을 여전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분단기에 소련의 봉쇄 정책에 맞서 서베를린을 지켜내고 독일 통일을 지원했던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를 지적한 셈이다.

그는 “우리 국가를 관통하는 분노와 증오, 좌절의 새로운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독일인들은 협력해서 보이지 않지만 가르는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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