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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1일 농업인의 날…농업·농촌 의미 되새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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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0  20: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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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학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국적불명의 기념일 ‘빼빼로 날’을 맞아 벌써부터 막대과자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마트나 편의점이 북적이고 있다. 11월11일은 빼빼로 날로 알려져 있지만 24번째 맞는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1996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였는데, 11월11일을 한자로 세로쓰면 ‘두 개의 흑토(土)가 된다’고 해서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그러나 정작 이 날을 ‘농업인의 날’로 기억하기보다 ‘빼빼로 날’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농업인이 생산한 쌀로 하루 세끼를 먹으면서도 농업과 농업인에게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빼빼로 날에 묻혀 ‘농업인의 날’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현실이 왠지 씁쓸하다.

더구나 올해는 하기비스 등 유례없는 잦은 태풍,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돼지고기값 폭락, 그리고 식량자급률 21%의 나라가 어떻게 농업선진국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WTO 농업개도국 자격 포기 등 가뜩이나 힘든 농업·농촌에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쌀 소비량이 40년새 절반으로 떨어져 식량주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농업인을 등한시하는 것은 농촌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갈수록 경제 전체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축소되고 있지만 식량안보, 환경보전, 사회·문화적 기능 등 다원적 성격에서의 농업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농업·농촌은 온 국민의 휴양·오락·관광·문화공간이며 농산물생산, 홍수조절, 대기정화 등 그 가치만도 무려 103조원에 이르는 거대 산업임을 분명 알아야 한다.

농업·농촌이 가진 대체될 수 없는 본질적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와 농촌이 함께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위한 새출발을 해야 한다. 우리 농업·농촌이 지금 당장은 어렵고 난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더욱 애착을 갖고 지원해야 하는 산업임에 틀림이 없다.

미래학자들은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세계 식품시장과 바이오 식·의약품 산업의 빠른 성장도 농업의 미래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해외 유수 IT기업들은 농업이 미래 성장 동력임을 예측하고 오래전부터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하고 국민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농업·농촌을 경시하거나 도외시하면서 우리가 세계 속의 선진국이나 강국이 되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의 유명한 석학 시몬 쿠즈네즈는 ‘농업발전 없이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했다. 단적인 예로 세계 초일류 농업 국가들의 국민소득을 보면 스위스가 7만6000달러, 덴마크는 6만달러, 네덜란드는 5만달러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농업은 그 나라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선진국치고 농업이 강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그것은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차원에서 강한 농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도 농업과 바이오과학기술의 연계, 로컬푸드 육성, 농업의 6차산업화 추진 등 이들을 미래 농업의 핵심 그룹으로 육성하려는 지원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농업은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니라 미래 성장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농업·농촌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후진국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령화되고 농업인구는 줄며 소득도 낮아져 농업은 희망이 없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도 같은 농업 지원으로 나라살림을 더 어렵게 한다고 한다. 농산물이 물가 불안정의 원흉이나 되는 것처럼 매도하기도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업인이 행복해야 농업이 살고, 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아울러 이제 빼빼로 날에 묻히는 ‘농업인의 날’이 아닌 ‘농업인의 날’에 묻히는 ‘빼빼로 날’이 되기를 바란다.

이재학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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