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산 시인 ‘상용불자염송경’(조성파편, 선문출판사 )

문송산(77) 시인은 요즘 불경과 성경 등 종교서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가 추천하는 책은 겉표지가 너덜너덜해진, 지금은 서점가에서 찾을 수도 없는 <불자염송경>이다. 젊었을 때 자주 찾았던 통도사의 성파스님이 엮은 책으로 1984년 선문출판사에서 출판됐다. 가격이 2200원이라 적힌 오래된 책이지만 그는 지금도 이 책 속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수시로 읖조린다.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젊은 시절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엿하고자 아득바득 최선을 다해 살았던 그다. 어느덧 그가 바라는 만큼 일구었고 3명의 아들들도 제자리를 찾아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비로소 한시름 놓고 세상을 바라보니 ‘물질이 곧 허공이고, 허공이 곧 물질이며, 감각, 지각, 경험, 인식도 또한 그러하더라’는 구절에 더없이 공감하며 ‘무소유’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분명하게 따지고 계산하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는다. 미움을 삭이는 연습도 많이 한다. 가끔은 나다움이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나이를 먹는 과정이라 여긴다. 하루하루 죄짓지 말고 남을 위하면서 진실되게 살고 싶다. 무소유도 결국 신심을 다해서 물체를 옳게 바라보는 것, 아니겠나.”

스스로를 ‘사랑 지상주의(至上主義)자’라고 밝히는 그는 신약전서의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도 꼭 읽기를 권한다. 1982년 시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그가 12년만인 1994년 펴낸 첫 시집 <보이는 것은 모두 젖는다>(시문학사)에도 원문을 옮겨 적었다.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젊은 날 열정이 있는 남녀간의 애정에 심취했던 그의 사랑은 나이와 함께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향한 인간애로 바뀌어가고 있다. 지금도 양말과 내의를 기워서 입을 만큼 절약정신이 몸에 밴 그이지만 그의 모교이자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에 1억원을 기부했을 때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가족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자기의 이익을 구치 아니하는’ 큰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정명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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