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경 울산시 남구 신선로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기업규모와 업종별로 근로자 특성에 따른 임금격차를 공개하는 임금분포공시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해마다 7월 임금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업특성별 임금분포 현황을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 채용절차법에 의하면 기업은 입사자의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조건들을 물을 수 없으며 출신지역 결혼여부 등을 알 수 없게 하였고 오로지 지원자의 업무능력만으로 직원을 채용할 수 있게 했다.

임금분포공시제도를 시행할 경우 회사의 등급과 서열이 정해지면서 등급이 낮은 회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하게 될 것이며 사생활에 대한 비밀이 노출되면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양분되는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가 양산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다. 왜냐하면 끼리끼리 문화는 이른바 조국사태에서도 증명되었던 것처럼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른바 브라인더(깜깜이) 채용방법을 채택한 것은 부정한 인사청탁의 배제와 공정성의 확보를 위한 방편이지만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예체능계나 공기업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며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의 종류가 만 가지가 넘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전체근로자의 13%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87%가량은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극소수에 이르며 나머지는 별다른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공업 및 단순한 가공에 의존하는 업체들이며 어떤 업종은 힘을 필요로 하고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외모와 체격조건도 무시할 수 없는데 직종이나 업종을 불문한 채 모든 조건을 알 수 없이 업무처리능력만 보고 직원을 뽑으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발상이다. 기업의 운영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목적 보다는 영리의 추구가 우선과제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민간기업의 채용을 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흔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추진한다면 민간 기업들을 모두 인수하여 정부의 방식대로 운영하는 것이 이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IMF이후 한동안 ‘아직도 회사를 운영하십니까’라는 말이 유행하였는데 최저임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채용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회사운영을 포기할 경영자가 늘어날 것이며 머지않은 시일 내에 아직도 회사를 운영하십니까란 유행어가 다시 등장하지 않을지 모를 일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근로자가 갑이고 기업이 을인 지위에 놓여있다는 말이 있는데 기업의 경영을 위한 방어권을 묵살한 채 근로자들만을 위한 대책만 수립한다면 이를 감당할 여력을 갖춘 기업은 아마 극소수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오늘날 이 나라가 이쯤 살게 된 것은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혹독한 기업 환경을 극복한 1세대 대기업 창업주들의 불굴의 개척 정신과 근로자 및 모든 기업인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란 사실에 유념해야 하며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정책은 기업들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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