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경찰의 총격 규탄하며
출근길 지하철·버스 운행 방해
캐리 람 “시위대 이기적” 비난
中 매체들 폭력수위 심화 비판
“홍콩 경찰 발포 정당했다” 지지

▲ 12일 오전 홍콩 시위대의 지하철 운행 방해로 승객들이 지하철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10일 홍콩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1일 홍콩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 방해 운동에 나서면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시위대는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씨를 추모하고 전날 경찰의 시위자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대는 철로 위에 돌 등을 던지거나,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하는 운동을 펼쳤다. 이로 인해 홍콩 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차량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대와 출근길을 서둘러야 한다는 시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사이완호 지역 등에서는 시위대가 도로 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거나 돌 등을 던져놓은 바람에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경찰은 여러 지하철역 인근에서 삼엄한 검문검색을 펼쳐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에게 신분증 등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을 마비시키자고 하는 급진적인 누리꾼들의 행태는 지극히 이기적”이라며 “홍콩의 각계각층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지키고 폭력과 급진주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주요 매체들이 전날 시위대를 향한 홍콩 경찰의 발포가 정당했다며 군 투입론까지 제기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2일 시위대가 스쿨버스에 화염병을 던지고, 지하철역을 훼손하는 등 테러행위를 일삼고 있다면서 시위대의 폭력 수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홍콩 마온산 지역에서 시위자 한 명이 시민과 언쟁을 벌이던 중 휘발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면서 “이런 행위는 ISIS(이슬람국가의 옛이름)와 같은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급진주의 시위자들은 경찰뿐 아니라 경찰의 가족들도 위협하고 있다면서 폭력행위가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홍콩 경찰은 도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강력한 법 집행을 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기본법에 따라 무장 경찰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경찰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에서 군 투입론을 제기한 것은 홍콩에서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던 지난 7월 말 이후 4개월 만이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논평을 통해 “실탄을 발사한 경찰은 당시 여러 명의 시위자에 둘러싸여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면서 “평화를 사랑하고, 법질서 확립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홍콩 경찰을 지지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시위자를 향해 발포하는 것 역시 지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후 편집인은 이어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몸에 불을 붙이는 시위대를 비난해야 한다”면서 “법에 따라 그들을 엄정하게 처벌하는 것만이 유일한 올바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홍콩·항저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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