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방 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그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고,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밤새도록 소리 내어 운 날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가까이 취업 공부를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그러다 한날은(아마도 대학을 졸업하고 먼저 직장에 들어간 동기생을 만났던 날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서럽던지…꺼이꺼이 울음을 쏟아냈다. 그 한밤중의 울음소리를 아마도 안방의 부모님도 숨죽이고 듣고 있었으리라. 그랬다. 말할 데는 없었고, 그 시절 나에게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나에게도 위로가 필요했지만 오히려 한 밤중, 자식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던 부모님께 더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도 그때의 부모님 나이로 달려가고 있다. 그때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메였을까. 아마도 그때 그들은 또 다른 방안에서 꾹꾹, 마른 울음을 삼키고 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우리말에서 삶은 사람의 줄임말이란 얘기도, 또 사랑의 완결형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어떤 면에서는 꿋꿋이 살아가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라 믿고 싶다

수능 시험이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해마다 듣게 되는 ‘물 수능’ ‘불 수능’이란 말들. 또 어떤 아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겠지. 그리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자식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는 부모님의 가슴 속도 그런 애틋한 마음이겠지. 그들은 무자비한 시간을 견뎌왔다. 그들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위로가 더 필요한 존재는 어른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나는 다시 3학년 담임을 맡았고, 어김없이 수능은 다가왔고, 나는 이들에게 ‘다들 힘내!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넬 것이다. 아무튼 이들이 고 3이라는 인생의 장애물을 따돌리고 그들이 꿈꾸는 곳에 멋있게 골인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위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차츰 알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바로 그 사람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약한 면을 내보이는 것. 그 사람도 나처럼 약하고 부족한 사람일 테니까. 그 취약함이 아마도 우리를 아름답게 할 것이니까. 11월. 맑고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어댄다. 오래전 그 바람 속에서 누군가의 등에 업히던 순간의 냄새, 그 그리운 냄새가 훅, 끼쳐온다. 업어준다는 것, 내 생애의 무게를 누군가 견디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 날 업었던 것처럼.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일/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 주는 일.” (박서영 ‘업어준다는 것’)

업어준다는 것은 내 생의 무게를 누군가 덜어 주는 것이고, 심장 두 개가 나란히 겹쳐져 따스한 체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 그 어떤 걱정도 다 사라질 것 같다.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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