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점서 디그롬에 밀렸지만
‘亞 최초’ 의미있는 발자취

▲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서 단독 2위에 오른 LA다저스의 류현진과 아내 배지현 전 아나운서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한 시즌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 수상에 실패했다. 그러나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1위 표를 받아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이 차지했지만, 류현진도 빈손으로 물러나지 않았다. 류현진은 아시아 투수 중 최초로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 표를 얻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14일(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류현진은 사이영상 투표에서 총 88점(1위 표 1장, 2위 표 10장, 3위 표 8장, 4위 표 7장, 5위 표 3장)을 얻어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 72점)를 제치고 단독 2위를 했다.

애초 BBWAA는 류현진의 투표 총점을 72점으로 발표했지만, 곧 88점으로 정정했다. 2년 연속 사이영상을 받은 디그롬은 1위 표 29장, 2위 표 1장으로 207점을 얻었다.

류현진은 2019시즌을 치르며 수차례 “나도 믿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만큼 올 시즌 류현진은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8월 중순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던 그는 8·9월 4경기에서 주춤하긴 했지만, 평균자책점 메이저리그 전체 1위 자리를 지켰다.

류현진은 올해 29경기에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를 올렸다.

시즌 전체를 봐도 대단한 기록을 작성했지만, 단기간에는 더 놀라운 기록도 세웠다.

류현진은 5월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 2회부터 5월26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 1회까지 32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박찬호의 빅리그 한국인 최다 연속 무실점(33이닝)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현지 언론과 전문가는 류현진을 향해 찬사를 쏟아냈다.

류현진은 5월 6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0.59의 독보적인 성적으로 1998년 7월 박찬호(당시 다저스) 이후 21년 만에 이달의 투수에 오른 한국인으로 기록됐다.

류현진은 4월27일 피츠버그전부터 6월5일 애리조나전까지 7연승을 내달리기도 했다.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뛰던 1999년 달성한 7연승과 같은 기록이다.

류현진은 개막 후 16경기 연속 볼넷 1개 이하 투구를 펼쳐 역대 내셔널리그 투수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투구는 늘 화제였다. 시속 160㎞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시속 146㎞의 직구로도 무대를 평정한 류현진을 분석하는 기사와 방송이 꾸준히 나왔다.

8월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부터 9월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4경기 연속 대량 실점을 한 점이 아쉽긴 했지만, 류현진은 마지막 3차례 등판에서 모두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호투하며 코리안 몬스터의 위용을 되찾았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시작하며 “20승을 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20승 도전’이 화제가 되자 “20승에 도전할 만큼 부상과 기복 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의미”라고 한발 뒤로 물러나긴 했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당당하게 한국과 아시아 투수의 가치를 높였다.

최소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권자 한 명은 류현진을 ‘2019년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로 인정했다. 물론 류현진을 ‘최고’로 인정하는 팬은 더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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