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으로만 전해져오던 울산읍성의 유구가 확인됐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울산읍성의 유구가 발견된 것은 422년만이다. 중구가 성남동 166-4번지에 골목길 미니정원을 조성하다가 공사 전 문화재정밀발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석렬이 발굴돼 울산읍성의 실체가 세상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지하 2m 깊이에서 확인된 유구는 외벽 2.7m, 내벽 7.7m의 체성이 온전했다. 남아 있는 성벽의 높이는 1m 내외, 내외벽 석간의 폭은 3.3m다. 기단부터 축성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습지라는 지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우 큰 돌을 사용했고 박석도 2개층에 걸쳐 조성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15세기 중기 분청사기편도 함께 출토돼, 알려진대로 조선 성종 때인 1477년에 완성됐다는 문헌을 확인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울산읍성은 울산이 도시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자료다. 기록에 따르면 성곽의 위치는 함월산 남쪽인 중구 북정동~교동~성남동~옥교동에 걸쳐 있으며 높이 15척(약 4.5m), 둘레 3639척(약 1103m)에 이르는 큰 성이다. 정유재란 때 왜군이 울산읍성을 허물면서 성곽은 없고 동헌 일원만 전해지는 무성곽 고을이 됐다. 현대에 들어서도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흔적조차 사라졌으나 2012년 문헌을 참고로 울산읍성 복원 작업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울산읍성의 유구는 그 중요성이 매우 크므로 우선은 원형대로 보존하면서 발굴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인근에서 도심재개발사업이 진행중이므로 문화재 지정을 서두르는 것도 보존방법의 하나다. 우선은 보호차원에서 성토를 해야겠으나 차후 누구나 원형 그대로를 보면서 울산의 역사를 이해하는 산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억지스런 복원보다는 유구 보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구도심 등 외국의 오래된 도시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공개된 유구 보존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 복원으로서 유산의 가치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이 곳은 원도심활성화에 힘입어 찾는 사람이 많고 접근성이 뛰어나다. 울산에서도 과거와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여주는 새로운 볼거리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울산읍성의 성곽자리는 지금 골목길로 되살아나 있다. 이번 유구의 발견으로 이 골목길이 다소 잘못 설정됐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 마저도 세월의 흐름을 읽어주는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으므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첨가하면 될 일이다. 이번 유구발견을 울산읍성은 물론 울산의 역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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