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맞춤형 화학사고 행동요령을 개발했다. 울산 남구는 폭발·화재 등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전국적인 사고 도시다. 이 곳에는 울산지역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694곳 가운데 354곳(51%)이 위치해 있다. 이같은 남구가 이제서야 유해화학물질 사고 행동지침을 마련한 것은 늦은감은 없지 않으나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행동요령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사고 예방 지침 등 교본만 만들어놓고 실제로는 한번도 적용을 하지 않은 예가 어디 한두번이었는가. 이번 행동요령이 시민들에게 널리 습득돼 생명 보호와 안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어린이부터 노약자, 임산부까지 정기적으로 훈련에 참가하도록 유도하고 마침내 훈련이 몸에 체득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만의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울산 남구는 각종 유해물질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남구에서는 누출 52건, 화재 34건, 폭발 10건, 기타 34건 등 총 126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5년 동안 보름에 한번 꼴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내용도 아찔하고 공포스러운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2011년 8월에는 부곡동 현대EP울산공장에서 폴리스티렌 제조공정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으며, 2015년 11월에는 부곡동 이수화학에서 농도 40%의 불산 1000ℓ가 누출돼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구의 석유화학단지 인근 주민들은 화약고를 안고 있으면서도 사고가 하도 자주 일어나다보니 무감각해진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실제 석유화학단지 주변 2㎞ 안에는 20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고, 5㎞ 반경 내에는 14만6000여명이 살고 있다. 만일 이들의 주거지 인근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남구청이 발표한 주민맞춤형 행동요령 매뉴얼을 보면 바람이 해안에서 불어올 경우 시내쪽의 주민들은 방어진과 온양면 등 직각방향으로 대피하고, 바람이 남서내륙에서 불어올 경우 무거동 방향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렇듯 주민맞춤형 행동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같은 꼼꼼한 행동요령도 위기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몸에 익을 때까지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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