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교통망, 도시의 상징과 같아
울산 지역내 교통 여건 여전히 열악
트램 건설로 ‘도시의 승리’ 이룩하길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울산의 교통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도시철도인 트램이 신설된다고 한다. 전국 광역시중 유일하게 지하철 없는 도시에 지하철 아닌 것이 다소 아쉽지만 대안으로서 트램 도입은 속도와 공간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은 도시를 형성하고 도시민의 생활을 결정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라는 책에서 도시가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었는지를 세계 여러 도시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교통 체증의 해소 방안으로 혼잡세를 강조하면서도 현대의 도시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를 제공하는 강력하고 능력있는 정부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도시는 주거, 직업, 교육, 교통, 문화, 예술 그리고 인간의 교류를 위한 혁신의 집합소다. 도로, 지하철 등은 주택, 전기, 상하수도와 더불어 도시를 구성하는 핵심 인프라로서 지식과 물건, 사람의 교류와 소통을 확장하고 도시의 형식과 모양을 결정한다.

울산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도시다. 도로가 좁고 교통망이 덜 계획적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인 1969년 내지 1970년 초경 소위 월평이라 불리는 남구 신정동에 시청사가 세워졌는데 시의 규모에 비추어 큰 건물이었고, 시청앞 중앙로도 편도 2차선으로 매우 넓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획기적 변화였다. 도로를 지나치게 넓게 만들어 예산을 낭비하였다는 이유로 행정책임자인 시장이 인사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말까지 당시에 나돌았으니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도로의 상황을 본 당사자는 억울해 할 것이다.

도시의 교통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수반되는데 미비한 경우 운전자들은 교통 체증 때문에 이동에 수백만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조망권을 침해하고 도시의 미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육교나 고가도로를 철거하기도 하지만 시설 조성에 필요한 토지 등 공간의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고가도로나 도시고속도로, 그리고 지하철의 건설은 필연적이다.

서울에서 항상 정체가 심한 자동차전용도로인 한강의 남북 양안에 동서로 뻗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운전하면서 가끔, 주변 경관과 조화되고 미관을 고려한 스마트한 설계로 현재의 도로위에 양방향 2층으로 똑같은 도로를 하나씩 더 만든다면 교통 체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한때 대선 후보였던 모 재벌 회장이 경부고속도로를 2층으로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는데 기상천외하다고 폄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시 미관과 조망권을 걱정하지만 모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도심의 고층화와 함께 2층 도로는 하나의 혁신이 될 수 있고, 토지 비용을 생각한다면 경제성은 압도적일 것 같다.

‘도시의 승리’에서는 홍콩, 싱가폴, 도쿄와 같은 도시는 높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일하면서도 잘 기능하지만, 인도 뭄바이 같은 도시는 높이가 낮기 때문에 교통 정체와 공간 부족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고 지적한다. 이때의 높이는 고층 건물을 가리키지만, 2층 도로나 고가도로에 설치된 트램도 해당될 수 있다.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자연 상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인한 도시화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의 상징과도 같은 그물망처럼 연결된 도로와 지하철이 가져다 주는 편의와 윤택, 그리고 소통하는 삶의 효용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동권을 보장하고 소통을 확장하는 지하철이나 트램 등의 도시철도는 광역 도시에 필수적이다. 울산은 외곽의 자동차전용도로와 도심을 통과하는 고가도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가 건설되었거나 건설중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 여건은 열악하다. 이를 보완하는 트램 건설이 인간을 풍요롭게 하는 ‘도시의 승리’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여 본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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