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울산지역 양대사업장이자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차기 집행부 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내는 등 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후보 접수가 완료된 현대차 노조는 강성 3곳에 중도 1곳의 4파전으로 진행되고 있고, 18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성과 실리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이번 양사의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에 대한 회사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와 노동계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노조 집행부의 성향에 따라 향후 2년간 이들 사업장 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양사가 처한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다 넓게는 자동차와 조선산업의 업황 및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회사의 한 축인 양사 노조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13년 말 강성 성향의 정병모 위원장이 당선된 이후로 3대째 6년간 강성 집행부가 집권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 시절 십수년간 중도 실리 성향의 집행부가 사측과 밀월 관계를 이어오다 강성 성향이 들어선 뒤 노사관계가 큰 변화를 맞았고, 이제는 과거 ‘골리앗 투쟁’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국내 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과 중국 및 동남아국가의 성장세 등 변화 속에서 투쟁 일변도의 집행부의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조합원들의 반감도 커온게 사실이다. 실제 하반기 들어서는 현 집행부에 대한 현장조직들의 노골적인 공세가 이어지고, 현 집행부에 대응하기 위한 후보 공개 모집을 거쳐 최근 중도 실리 성향의 후보군이 꾸려져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차기 노조위원장의 어깨는 어느 시기 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4년 연속 연내 타결 불발이 우려되는 올해 임금협상부터 매듭 지어야 한다. 또 4개사(중공업·일렉트릭·건설기계·지주)가 모두 임단협을 가결해야 최종 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 현 ‘4사 1노조’ 체제도 어떤식으로든 손 볼 필요가 있고, 조합비 인상과정에서 실망한 조합원들의 마음도 다시 얻어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강성 성향의 현 하부영 집행부가 올해 8년만에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내는 등 임기 후반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새 집행부의 성격과 방향성도 중도 실리 성향으로 바뀔지가 관심사다. 강성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현 하부영 집행부처럼 사안별로 사측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실리를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과거 투쟁 일변도식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수소차로의 빠른 전환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도 노조의 이러한 변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실제 노사는 올 들어 ‘고용안정’ 등 미래차 공동대응에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왔으며, 새로운 노조 집행부의 방향성에 현대차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광주형 일자리’ 문제와 통상임금 소송 취하에 따른 퇴직자들에 대한 합의금 지급 문제 등 난제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울산을 대표하는 양대 사업장 노조의 수장인 만큼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중 하나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