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내년을 목표로 추진하던 울산국제영화제 개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내년 개최를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난데없는 국제영화제 때문에 행정력과 예산을 허비했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모든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해주기 위해 영화와 같은 소외된 특정 분야를 육성하겠다면 모를까 국제영화제를 울산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우선, 여론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울산 인근 도시인 부산에서 세계적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울산에서도 국제산악영화제가 열리고 있기에 중복성으로 인해 성공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게다가 전국적으로도 크고 작은 영화제가 셀 수 없을만큼 많은데다 울산같은 영화 인프라가 부족한 도시에서 어떤 독창적 영화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일부 찬성 여론이 없진 않았지만 도무지 울산에서, 현시점에, 국제영화제가 열려야 할 당위성이나 여건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쉽게 말해 영화제를 개최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더 많다.

그런데 울산시는 내년에 영화제를 개최하지 않겠다면서 이상하게도 7억원의 예산을 편성해놓았다. 울산시는 애초 내년 영화제 개최를 위해 40억원을 예상했다가 30억원, 21억원으로 차츰 줄였다가 현재 시의회에 제출돼 있는 내년예산안에는 7억원이 반영돼 있다. 울산시는 사단법인 설립과 방향 확정을 위해 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원하는 ‘원점 재검토’가 맞는지 의문이다. 영화제를 할지 말지, 또는 1인 미디어축제 등 새로운 다른 축제를 만들지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면서 법인부터 설립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축제 개최 검토를 법인을 만들어서 해야 할 이유도 없거니와 법인을 만들면 인력과 조직, 사무실, 예산이 들어가게 되고 해체도 쉽지 않다.

혹여 지난 1년여동안의 행정력과 예산 낭비를 만회하려거나 시장의 공약 준수를 위한 첫단추라도 꿰는 것이 목적이라면 영화제 추진 경험을 시정에 활용할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다. ‘부서져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서져 열리는’ 방법을 찾아 대체할 수 있으면 낭비가 아닌 것이다. 영화를 포함해 울산의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는 대표적 문화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가시화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상품화할 수 있을 것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깊이 있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물컵에 물을 채워야 물이 넘치지만, 물이 넘치는 것은 순간이듯 오랫동안 역량을 축적해온 누군가에 의해 하루아침에 ‘새로운 문화’를 찾아낼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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