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50~299인 중소기업에 대해 ‘계도기간’이 부여된다. 또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한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노동부의 보완 대책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계도’라는 것은 법률을 위반한 상태에서 형벌만 미루겠다는 것인데, 이는 대책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경영계의 목소리다. 중소기업들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하려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미뤄져 한숨 돌리게 됐지만 앞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둘러싼 가시밭길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14일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들은 울산시청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예정대로 주 52시간제가 시행될 경우 현대중공업 118개 사내 협력사들은 수년째 계속된 조선산업 불황으로 한계상황에 도달, 존폐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18일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계도기간 부여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는 했지만 이들 사내 협력사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며 논란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계도기간을 9개월 이상 충분히 줘도 계도기간이 끝나면 똑같은 문제가 여전히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들은 우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현재 평균 주 63시간 근무하는 상황에서 2000여명이 넘는 추가 인원이 필요하게 된다. 아무리 계도기간을 길게 줘도 막상 경영난을 타개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는 상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 설상가상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금도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들은 세계 조선산업이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주 52시간 확대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계도기간 부여 등 정부의 대책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일정부분 반영한 것이 맞지만 이런 수준으로는 정책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없다”며 “올해 중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보완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에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이외에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있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이번 계도기간 부여로 일단 시간을 벌게 됐지만 9개월이라는 시간은 매우 빠르다. 울산시도 지역의 산업 실정과 특성을 꼼꼼하게 따져 입법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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