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먼 자들 Blindness, 2016, Acryic on synthetic resin, 213x117x110cm.

예술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예술가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기에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레지던시 시설이나 예술인 복지재단 등의 여러 시설과 지원정책이 생겨났다. 젊은 작가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으로 필요한 것은 공간이고 또 창작지원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선배작가들을 만나보는 것이 정신적으로 버티는 엄청난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그들이 걸어 온 예술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면 어떻게 지속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는지 또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할까.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개인적으로는 2014년 양평에 있는 안창홍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작가로서 로망할 만한 작업실을 가지질 수 있는 것과, 어떤 근성으로 작업을 지속해 왔는지의 궁금증은, 작업실에 있는 그의 작업들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뽀얀 피부에 자그마한 체구를 가진 그의 작품에서 품어져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는, 작업에 쏟고 있는 그 대단한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개인의 역사가 동시대인들에게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 가지는 힘은 대단히 큰 것이라 하겠다.

‘이름도 없는’의 타이틀의 이 전시는 최근 발표작이며 역사 속에 희생되고 사라져간 이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미 마스크 작업은 안창홍의 대표적인 작품의 형태이기도 하다. FRP로 제작된 이 대형 입체 마스크 작업들은 가려지거나 텅 비어 있는 눈과 같은 표현에서 군상을 이루며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대인의 자화상 같은 것이다. 최근 아라리오에서 꽤 긴 여정으로 전시를 진행했지만 못 가본 게 아쉬웠는데 작품이 더 가까이 왔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지역작가 조명전을 개최해 오고 있는데, 이번 2019년 전시로 <안창홍: 이름도 없는>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 입체작품들과 부조 회화 작품 등 130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12월4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좋은 작품과 함께 하는 가을나들이,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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