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주)강원철강 팀장

올해 성탄절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광장에는 지난 주말부터 성탄 트리가 점등되었고 파리, 베를린, 도쿄와 같은 세계 주요 도시에도 성탄절을 알리고 기념하는 빛축제가 한창이라고 한다. 화려한 빛 조형물로 전 세계가 반짝인다. 울산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겨울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빛 장식이 올해도 기대된다. 빛나는 장식과 함께 우리네 삶을 밝게 비출 희망을 품은 시민들로 울산의 거리는 희망과 온기로 가득찬다. 조만간 시청과 구청 앞, 중구 성남동 문화의거리, 남구 삼산동 디자인거리, 선암호수공원 등 도심 곳곳이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한해 동안 열심히 살아와 지친 몸과 코끝이 시린 날씨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여러 성탄트리 가운데 필자는 태화로터리 성탄트리 장식을 가장 좋아한다. 은은하게 빛나는 트리와 함께 주변을 지나는 차량의 불빛, 그리고 태화강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따뜻한 연말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연말과 겹쳐서 오는 성탄 시즌은 언제나 축제처럼 기다려진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성탄절은 기독교의 절기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이다.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국교도 아니지만, 성탄절을 공휴일로 지키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종교와 관계없이 즐기는 성탄이지만 그 유래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즐기면 더 풍성한 휴일이 될 것이다.

성탄절(聖誕節)은 성탄절은 영어로 크리스마스(Christmas), 프랑스어로는 노엘(Noel), 독일어로는 바이나흐텐(Weihnachten)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Christmas)라는 말은 ‘그리스도(Christ, 메시야)’와 ‘마스(mass, 예배)’가 합쳐진 말이다. 즉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예배한다는 뜻이다. 성탄이면 곳곳에서 쓰이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도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경배하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성탄 트리의 유래에 대해 살펴보면, 16세기경 마틴 루터에 의해 퍼지게 되어 전 독일에서 유행하게 되었고 19세기 북유럽을 거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독일인 남편을 통해 점점 더 퍼지게 되었다. 이후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성탄절을 그저 꿀 같은 휴일로만 여겼는데, 작은 인사말부터 상징까지 기독교적 유래를 갖고 있다.

성탄 트리는 이미 하나의 문화요소로 자리 잡은 듯하다. 큰 길거리에는 물론이고 각 가정에서도 작은 트리를 꾸미기도 하니 말이다. 필자가 태화로터리를 지나며 항상 의아했던 점이 성탄 트리의 꼭대기 장식이었다. 비록 한국적 정서나 문화의 흐름에 맞게 변형된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아기 예수 탄생의 기념인데 우리 주변을 둘러싼 트리에는 어느 곳에서도 그 상징을 찾을 수 없었다. 종교를 떠나서, 핵심적인 장식이 빠진듯하여 완성되지 못한 느낌과 함께 괜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대부분의 성탄 트리는 아기 예수를 찾아 길을 나선 동방박사가 길잡이 삼아 따라간 별을 상징한다는 차원으로 꼭대기를 별 모양으로 장식한다. 하지만 과연 별장식에 성탄의 본질적인 의미를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석가탄신일에는 연등을 달고,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달듯이 성탄절에는 십자가를 달아야 아기 예수와 그의 행적이 담긴 올바른 의미가 전달된다.

서울광장에는 이미 십자가 장식을 한 대형 트리가 세워졌고,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에는 십자가는 아니지만 말구유와 아기 예수 모양을 함께 장식해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했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성탄 트리는 트리 중간에 십자가를, 광주시에는 트리 중간에 ‘기쁘다 구주 오셨네’와 같은 문구를 넣어 성탄의 본질을 알린다. 올해 우리 울산도 성탄트리를 십자가로 장식해 본질을 다시 세우고 정확한 의미를 알리는 것은 어떨까. 10여일이 지나면 12월이다. 어두운 겨울밤을 환하고 아름답게 비추는 성탄 트리를 바라보며 가족과 연인과 함께 지난 삶을 돌아보고, 동시에 성탄절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의미를 살린 트리와 함께 더 따뜻하고 풍성하게 빛날 울산의 12월 성탄절을 기다려본다. 김경희 (주)강원철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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