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농소2동 ‘치안간담회’
관계기관들 한자리서 민원 수렴
기관 협업으로 주민만족도 높여

▲ 이동권 북구청장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그간 묵혀뒀던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다. 때때로 원성 가득한 큰 목소리가 나왔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참석한 모두에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불편하다고 피해갈 수 만은 없다. 지난 9월 북구 농소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울산지방경찰청이 주재하는 ‘치안간담회’가 있었다. 이 지역에 공동주택이 늘어나고 인구증가에 따라 치안수요가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요청한 자리였다. 농소2동 주민들은 산업로 확장 건설공사에 따른 교통대책을 비롯해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 주변도로 환경개선, 치안수요 증가에 따른 파출소 신설 등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날 간담회는 울산경찰청이 주재했지만 주민 민원과 관련한 여러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했다. 북구청을 비롯해 시청, 종합건설본부, 중부경찰서, 농소2파출소 등의 기관과 관련 민간업체가 현장에서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계기관은 잘못한 것은 잘못됐다 시인하고 개선방향을 설명했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방안도 약속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야 답변이 시원찮다 생각했을 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자리는 흔치 않다. 필자가 서울시청에서, 또 청와대 민원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렇게 여러 기관들이 민원인을 한꺼번에 만나서 대응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민원은 경찰서와 소방서, 구청 등 여러 행정기관이 각각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의 민원은 시청으로, 구청으로, 경찰로, 소방으로 핑퐁되는 일이 잦았고 당연히 민원 만족도는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팽창에 따라 민원업무도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최근의 민원 사례를 살펴보면 1개 기관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민원 업무도 그렇지만 행정기관의 업무 대다수가 기관간 협업을 요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북구의 ‘안전’ 업무를 예로 들어보자. 안전과 치안이라고 하면 경찰에서 맡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안전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주민들의 요구도 복잡다양화하면서 범죄예방에도 구청이 관심을 갖고 나서게 됐다. 북구 직원들이 범죄예방환경디자인(셉테드)을 공부하고 벤치마킹을 실시하며 셉테드를 적용한 도시디자인을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 중에 하나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주민생활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 교통사고 등을 예방하는데 구청과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도로환경 개선에 함께 머리를 맞대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민간업체까지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수렴하고 민원해소책을 제시하면서 주민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북구는 지난 1월부터 구청장 바로소통실과 속시원한 민원사이다데이를 운영해 구청업무에 있어서는 원스톱 행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많은 민원이 해결되고 있어 주민평가도 좋은 편이다. 이번 치안간담회 사례는 1개 기관이 아닌 여러 기관과 민간업체가 함께 참여해 민원을 해결하는 주민자치시대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행정이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주민만족도는 크게 상승할 것이다. 필자는 경찰 시절부터 서울시장실에 7년 가까이 파견근무했다. 처음 서울시 발령때 함께 일했던 고건 전 시장은 행정의 달인이라 불린다. 그는 ‘행정의 9할은 대화와 소통’이라고 했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민원인의 말을 잘들어 주는것만으로도 민원의 50%는 해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간담회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의 창구였다. 이제 50%는 해결됐다. 앞으로 현장을 더 자주 찾아 확인하고 협업을 강화해 민원해소책을 강구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이동권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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