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유입없이 역외유출만 되는 울산
지역상권 활성화 위해 ‘울산페이’ 발행
이용 확대에 시민들 참여와 협조 필요

▲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바람직한 지역 경제발전모델은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생산→(소득)분배→(소비)지출→생산(투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경제구조이다. 그러나 지역의 생산은 많지만 분배, 지출 등 순환과정에서 소득 유출이 발생하여 지역발전이 저해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업 본사나 근로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거나 소비의 상당 부분이 타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탈한 소득의 대부분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소비를 통해 주변 대도시로 대거 이탈하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지역에서 아무리 부가가치를 창출해도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지역발전이 정체되거나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통계청의 2017년 지역별 지역소득 유출현황을 보면 울산의 지역내 총생산(GRDP)은 75.1조, 지역민 총소득(GRNI)은 58.7조원, 소득 역외유출은 16.4조로 전국 지자체(16개) 중 10위로 나타났다. 1인당으로 살펴보면 더 극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울산의 1인당 GRDP는 6440만원, GRNI 5030만원, 1인당 소득역외유출은 1410만원으로 16위로 나타났다. 지역 소득의 20%이상이 외부로 흘러 나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은 ‘기초지자체→비수도권 광역도→비수도권 광역시→수도권’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보인다. 광역시 중에 소득의 유입 없이 역외유출이 발생하는 지역은 울산이 유일하다.

최근 지역 신문과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여러 차례 다룬바 있다. 울산에 본사를 둔 기업수가 적고 인구이탈이 심화되고 있으며 소비가 주로 인근 대도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문제와 심각성은 어느 정도 명확한데 해결방안은 어느 것 하나 쉽지가 않다. 기업 본사 유치, 정주여건 개선, 유통과 물류인프라의 획기적 개선 등 어느 하나 금방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화폐 또는 지역사랑상품권 도입을 통해 소득의 유출 방지와 지역 내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인근 포항시의 경우 포항사랑상품권 발행 이후 지역경제 파급효과나 지역상가의 매출액 증가 효과가 커 타 시·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군산사랑상품권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8년 9월 발행 이후 지난 15개월간 4810억원이 팔렸다고 한다. 올 한해만도 3900억원이 판매되어 연말까지 4000억원을 채울 계획이라고 한다. 상품권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온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심지어 인근 익산이나 전주, 충남 서천에서도 상품권을 사러 오기까지 한다는 후문이다.

울산도 지역 소상공인 지원과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8월말 ‘울산페이’를 발행했다. 가맹점에서 ‘울산페이’를 쓰면 소비자에게는 할인과 일정금액의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가맹점은 결제 수수료 면제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사업장 홍보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스를 보면 사용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페이’에 대한 인지도는 물론 소비자나 가맹점의 만족도도 아직은 높지 않은 것 같다. 주변에서도 ‘울산페이’를 쓰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가맹점주들도 사용 유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지역화폐를 처음 도입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시행초기에는 낮은 인지도로 인하여 가맹점 및 이용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용하는 방식도 낯설어 불편할 수 있다.

무턱대고 애향심에 호소할 수는 없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역 상권도 살리고 지역 소득의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지역화폐 도입 취지에 맞도록 홍보와 실천에 더욱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사용하기 더 쉽도록 가맹점 확대는 지속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단체, 협회 등이 솔선수범해서 ‘울산페이’ 사용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회식이나 각종 물품 구매 시 ‘울산페이’ 가맹점을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더불어 내 작은 실천이 울산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하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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